[천자칼럼] 두꺼운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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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패배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
'따돌림이 두려워 집단에 휩쓸리지 말라.네 일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앞의 것은 처칠의 책상에 붙어 있었다는 빅토리아 여왕의 좌우명,뒤의 것은 대처 전 영국 총리가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는 말이다.
아버지의 그런 교육 덕에 대처는 적들에 둘러싸였을 때도 의연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실제 그는 1976년 신년연설을 통해 소련을 맹공격한 뒤 소련이 '철의 여인'이라고 공격하자 당황하기는커녕 "소련에서 나를 철의 여인이라고 부른다.
맞다.
영국은 이제 철의 여인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다른 사람들의 비난을 무시할 수 있는 대범함은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고 소신껏 밀어붙이는 추진력과 함께 성공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으로 여겨진다.
창업자의 힘은 보통사람들이 무모하다는 생각에 엄두도 못내는 일을 실패할 리 없다며 밀어붙이는데 있다고 하고,무슨 일이든 이뤄내려면 반대자들과 자주 의논하지 말라는 말도 있다.
APEC 정상회의에 참가했던 헬렌 클라크 뉴질랜드 총리가 '21세기 지도자의 조건'으로 "노력과 절제,포용력,인간애…,그리고 두꺼운 얼굴"을 들었다고 한다.
최초의 여성 부총리,노동당 당수 등 '최초'행진을 계속해온 클라크 총리가 말한 '두꺼운 얼굴'은 '집단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대처의 철학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클라크 총리는 또 꿈을 이루자면 먼저 스스로에 내재된 능력을 찾고,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역할모델을 찾고,치밀한 커리어 플랜을 세우라고 조언했다.
'두꺼운 얼굴'은 그런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주위의 반대나 질시,관습의 벽에 무너지지 말고 앞을 향해 굳세게 걸어가라는 뜻일 것이다.
대범함과 뻔뻔함은 다르다.
넘치면 안되는 건 '소금 이스트 망설임'이라는 격언도 있지만 적들의 공격에 꿋꿋하게 맞서는 것과 합리적인 절차나 정당한 의견을 깔아뭉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두꺼운 얼굴'이 '뻔뻔한 얼굴'로 받아들여지는 일이 없기를!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