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돈을 주고 제공받은 난자들이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MBC 'PD수첩'은 취재 결과 일부 여성들이 사전에 연구 목적의 난자 채취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세계 배아줄기세포 분야를 선도해온 황 교수팀은 물론 국내 관련 연구계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황 교수 연구 어떻게 되나=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의 발표로 황 교수는 직·간접적으로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금전적 보상 목적의 난자 채취를 금지한 생명윤리법이 올초 국내에서 발효됐기 때문에 황 교수팀은 일단 법적으로는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학자로서의 윤리·도덕성 측면에서는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황 교수가 난자 채취과정을 사전에 몰랐다고 하더라도 연구 총괄자로서 사회적·도의적 책임까지 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해온 기독교계 등으로부터 거센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황 교수는 따라서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대외적으로 밝힌 후 여론의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계 한 관계자는 "지금 제기된 윤리문제가 법적인 측면보다는 오히려 사회적 가치관에 달린 것이므로 결국 국내 여론에 따라 거취를 결정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관련 기관의 조사 결과도 황 교수팀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서울대측이 황 교수팀의 윤리규정 위반에 대해 조사 중이며 이 조사 결과에 따라 정부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를 열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논문 어떻게 되나=황 교수의 2004년 논문을 게재했던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스'는 지난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이번 논란과 관련,"사이언스는 사실에 기초해서 필요할 경우 (논문) 기록을 수정 또는 정정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아울러 "모든 난자 제공자가 대가를 받지 않고 강요도 당하지 않은 자원자라는 것을 명시한 문서를 검토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발표로 2004년 황 교수의 인간 복제배아줄기세포 추출 논문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즈메디병원 연구진이 2004년 논문의 공동 저자로 돼 있어 잘못된 윤리 정보를 제공한 데 대한 '학문적' 제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윤리적 오류에도 불구하고 연구 성과 자체는 확실하기 때문에 논문 철회라는 최악의 사태까지는 오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해외 공세 주목=미국 연구진과 언론들은 그동안 배아 연구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던 터라 이번 사태에 적극적으로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황 교수의 논문을 게재했던 미국 사이언스지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으며 영국 네이처지는 한국 규제기관의 조사를 촉구하는 등 집요하게 황 교수팀의 윤리문제를 물고 늘어져왔다. 이로 인해 황 교수는 해외 활동에서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엄격한 윤리 규정을 요구하고 있는 미국 같은 나라의 연구진들로서는 황 교수와 함께 연구를 진행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줄기세포 연구는 계속될 듯=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황 교수의 연구가 중단되는 사태에까지 이르지는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노 이사장이 "황 교수와 상의없이 혼자서 결정했다"고 밝힌 터라 황 교수에게 모든 윤리적 책임을 몰아갈 수는 없지 않느냐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처럼 우리나라가 줄기세포 연구로 세계 생명과학계를 선도하고 있는 만큼 세계줄기세포허브를 중심으로 한 연구는 지속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