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여성 호르몬 제제 알고 써야 '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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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기 이후 여성들이 안면홍조 골다공증 심장병 등을 예방하기 위해 복용하는 복합 여성호르몬 제제에 대해 의학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저명한 심장 전문의인 이종구 박사가 여성호르몬 대체요법(HRT) 무용론을 제기하자 산부인과 의사들이 반론에 나섰기 때문이다.
HRT의 허와 실을 따져 유효 적절한 사용법을 제시해 본다.
◆미국 NIH 연구결과 HRT유용성 부족=2002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50∼79세의 건강한 폐경기 여성 16만1808명을 대상으로 수년간에 걸쳐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프로게스틴)을 투여한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실린 여성건강연구(WHI) 결과는 장기간의 여성호르몬치료가 △심장관상 동맥질환 발생위험 29% 증가 △유방암 26% 증가 △뇌졸중 41% 증가 △폐동맥·하지정맥혈전증 100% 이상 증가 등을 초래한다는 충격적 내용이었다.
다만 △직장암·대장암 37% 감소 △대퇴골절 34% 감소 △총체적 사망률 2% 감소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종구 박사는 "뇌졸중 심장병 위험이 있는 폐경 여성은 HRT를 중지하고 뇌졸중과 심장병의 근본원인인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2003년에 나온 WHI연구가 "HRT는 고혈압이나 연령 등과 상관없이 뇌출혈과 뇌경색 위험을 높인다"고 밝힘으로써 근거가 더 확고해졌다는 것이다.
◆폐경기 증후군 완화효과는 확실=이에 대해 박기현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WHI연구는 평균 63세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평균 51세를 연구대상으로 한 NHS연구에서는 저용량으로 HRT를 실시하면 관상동맥질환 위험을 42%,뇌졸중은 46%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반박했다.
박 교수는 "이미 동맥경화가 진행된 60대와 달리 50대 폐경 여성은 아직 동맥혈관이 탄력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HRT의 효과가 다르다"며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비만 같은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가 없는 50대 폐경 여성이라면 저용량 HRT로 폐경기증후군(안면 열성홍조, 질 위축·건조증,인지능력저하 등)을 60∼70% 완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인병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FDA와 의학계의 균형적 입장=미국 식품의약국(FDA)은 WHI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에스트로겐+프로게스틴'제제는 심장관상동맥질환의 예방목적으로 쓰여서는 안된다고 권고하고 있다.
중등도 및 중증의 안면홍조 야간발한 등 폐경증후군 증상에는 복용약을,외음부 및 질의 위축이나 가려움증 성교통 등에는 질에 바르는 국소적 치료제를 사용하라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골다공증은 아주 심각한 경우에만 여성호르몬을 쓰고 그렇지 않으면 알렌드로네이트나 칼슘 비타민D제제 등 비(非)호르몬 치료제를 사용하라는 의견이다.
변동원 순천향대 내분비내과 교수는 "WHI연구결과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특정 약품(프레마린 프로베라 프렘프로 등)을 대상으로 진행된 결론이고 동양인 환자 참여 수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전면 수용하기는 어렵다"며 "HRT가 폐경기증후군 완화에 효과적이라는 것은 확고하며 나머지 부정적 작용은 심층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 교수는 "폐경증후군 개선을 위해 HRT를 한다면 이르면 이를수록 좋고 짧게는 1∼2년,길게는 5년 이하로 실시하되 저용량을 투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저용량 투여를 하려는 의사들의 인식이 낮고 마땅한 제품도 나와 있지 않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