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주 < 벤처중기부 차장 > 요즘 중소기업계에선 열린우리당 김교흥 의원이 발의한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초미의 관심사다. 김 의원은 "지난 45년간 딴 세상이 됐는데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은 거의 변화되지 않았다"며 "중소기업의 변화된 위상을 대변하고 현실을 반영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발의 이유를 밝히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기협중앙회)를 명실상부하게 중소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표 단체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중소기업 관련 단체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중소기업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현재 중소기업과 관련해서는 기협중앙회를 비롯 벤처기업협회 이노비즈협회 여성벤처협회 여성경제인협회 소기업소상공인협회 프랜차이즈협회 등 전국 단위의 단체만도 23개나 된다. 지역 단위 단체까지 포함하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렇다 보니 단체마다 제각각의 목소리를 내기 일쑤다. 개정안은 이런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 기협중앙회에 현 회원인 협동조합뿐 아니라 중소기업 관련 단체도 정회원으로 가입시키고 명칭도 '중소기업단체중앙회'로 바꾸는 내용이 담겨 있다. 모든 중소기업 단체를 끌어안겠다는 취지다. 이렇게 되면 타 단체 대표가 기협중앙회 회장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된다. 또 조합설립 발기인수를 현행 7인에서 5인으로 줄이고 같은 지역에 동일 업종 2개 이상의 복수조합 설립을 인정하는 등 조합설립 조건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이 같은 개정안에 대해 중소기업계에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당장 기협중앙회 내부에서도 다른 단체의 대표에게 회장 선거 및 피선거권을 주는 것에 대해 마뜩찮아 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다른 단체들 역시 기협중앙회 회원이 되는 것을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 조합설립 발기인수를 줄이고 복수조합 설립을 인정하는 데 대해서도 "기존 조합의 결속력은 깨지고 소규모 사익 단체(조합)만 생길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자조합 책상조합 부엌가구조합 등 가구 한 분야에서만 여러 조합이 죽순 솟듯 설립될 것이란 얘기다. 벌써 일부 조합의 회원사들은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것을 감안해 분가(별도조합설립) 준비에 나섰다는 얘기도 들린다. 기협중앙회가 중소기업 단체를 회원으로 끌어들이고 이들에게 회장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준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대표성 있는 단체'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선 내부 결속력을 다지고 회원에게 인정받은 후에나 다른 단체를 끌어들이든지 하라"는 한 중소기업인의 고언을 새겨봐야 한다. 또 다른 중소기업 단체들이 기협중앙회의 입장을 왜 지지하지 않는지도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기협중앙회가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성단(聖壇)에 오르고자 한다면 기업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애환을 살피고 실효성 있는 제안이 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하는 데 우선해야 한다는 얘기다.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