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년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치며 혹독한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 고통을 보약으로 삼아 건축용 패널 분야 최고의 기업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지난 17일 법원으로부터 화의 종결을 통보받은 기린산업 김서운 대표(64)의 얘기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부도를 냈다가 7년여 만에 정상 기업으로 돌아온 감회와 각오가 묻어나는 듯했다. 국내 폴리우레탄 패널 시장의 1위 기업이던 기린산업은 거래처인 건설사들이 외환위기로 잇따라 부도를 내면서 그 유탄을 맞았다. 1997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 말까지 휴지조각이 된 어음만 90억여원.김 대표는 "매일 휴지가 된 어음만 쌓이고 금고는 텅텅 비어 도저히 버틸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협력업체에 "반드시 갚을 테니 빚 독촉만 말아 달라"며 통사정하고 직원들에게도 고통 분담을 호소했다. 회사와 직원들은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초고강도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직원 수를 450명에서 170명으로 줄이고 부도 이후 3개월 동안은 급여 지급도 중단했다. 4개월째 가서야 통상임금 정도만 지급했다. 안산1공장과 천안공장을 매각하는 등 불요불급한 것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팔았다. 김 대표는 "직원들을 내보낼 때는 너무 속상해 모두 퇴근한 후 사무실에 홀로 남아 쓰린 가슴을 달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렇게 해서 절감한 비용과 조금이나마 회수한 매출채권 대금으로 자재를 구입해 공사를 마쳤다. 이런 노력으로 신뢰가 쌓이면서 다시 거래처도 늘어났고 그 결과 2000년에는 첫 흑자(매출액 695억원에 순이익 11억원)를 냈다. 김 대표도 직원들도 "회사를 다시 살려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기린산업은 이후 매년 흑자 행진을 지속했다. 여기에는 구조조정의 와중에서도 신제품 개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은 것이 큰 몫을 했다. 흡음·방수·단열 기능이 있는 복합 패널 '아코데크'와 곡면지붕 시공 패널 '오메가루프'를 잇따라 개발해 시장에 내놨다. 이들 제품은 중국 일본 대만 필리핀 등에 수출되고 있다. 내년에는 태양열을 이용,온수와 전력을 얻을 수 있는 '솔라패널'도 내놓을 예정이다. 김 대표는 "올해는 매출 830억원(수출 1000만달러)에 순이익 6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며 다시 한 번 '패널 분야 최고 기업'의 의지를 다짐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