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종합무술인' 김태영씨(29).그녀는 요즘 태권도와 복싱을 결합한 운동인 '리권'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격투기를 하듯이 스탠딩 백(bag)을 난타하다 보면 땀에 흠뻑 젖어 몸이 가뿐해지고 스트레스가 삽시간에 날아간다. 날씬한 몸매는 리권이 가져다준 선물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1평짜리 그녀의 아파트 거실은 스탠딩 백을 비롯해 격투기 장갑,재활용 가능한 격파용 송판,쌍절곤 등 동네 무술관에나 있을 법한 물건들로 가득하다. 무술용품 시장이 뜨고 있다. 무술이 건강이나 미용에 좋다는 입소문이 퍼진 데다 K-1 스타로 자리매김한 '최홍만 효과'까지 가세한 결과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덕분에 국내 최초로 무술용품 내셔널 브랜드(전국적으로 광범위한 판매망을 가진 브랜드)가 최근 등장했다. 미국 최대 복싱용품 제조업체인 '에버레스트(EVERLAST)' 등 해외 업체들도 무술 붐에 가세,국내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컬쳐메이커사가 지난 2002년 선보인 '무토(Mooto)'는 사업 첫해 6000만원에서 3년 만인 올해 50억여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될 만큼 급성장했다. 지난 9월에는 이마트 죽전점 오픈과 함께 2층 스포츠용품 전문 아울렛 '빅10'에 입점하는 등 이마트 60개 점포에 진출한 상태다. 이진재 컬쳐메이커 부장은 "리권이 대중들 사이에 퍼지면서 기존 샌드백을 개량한 리권 스탠딩 백이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다"며 "태권도화 등의 무술화는 패션화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승수 이마트 죽전점 스포츠매입팀 바이어는 "1개당 12만원인 리권 연습용 스탠딩 백이 하루 평균 2∼3개 팔려 무술용품 중 매출 1위이고 대련용 알루미늄 검,쌍절곤 세트,태권화 등도 효자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일반인들의 무술용품 구매가 늘어나면서 선호하는 상품도 고가화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해외 업체들도 국내 시장 진출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에버레스트의 무술용품 시장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아디다스가 선점한 태권도 용품 시장에 나이키가 뛰어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이키는 올해 태권도협회 공식 후원 업체로 선정돼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