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강연에서 정동영 장관은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인상을 한 토막 소개했다.

지난 6월 장관급 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 만난 김 위원장이 아일랜드에 대해 매우 정통하게 알고 있었다는 것.김 위원장은 정 장관에게 "감자만 재배하던 아일랜드가 10년 사이에 천지개벽을 했다"며 외국투자 유치와 IT기술을 접목한 경제발전 모델로서 아일랜드에 큰 관심을 보였다는 것.

정 장관은 "정보기술을 활용한 화상상봉을 제의했을 때도 김 위원장은 매우 적극적인 반응과 함께 '흥분되는 제안이다.

남북이 경쟁적으로 해보자'라고 말했다"며 "IT기술을 통해 북한의 경제를 일으켜 볼 수 있지 않겠느냐라는 김 위원장의 열망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정 장관은 "북한은 이런 이유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컴퓨터가 간절히 필요하다는 얘기를 한다"며 "지금은 미국의 전략물자 수출통제규정(EAR)으로 인해 어렵지만 북·미관계가 완화되면 해소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냉전적 사고와 약소국 현실주의를 내부통합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간주하고 대표적 사례로 참여정부의 외교기조에 대한 비판을 예로 들었다.

그는 "우리 외교에 대해 동맹파인가,자주파인가 하는 이분법적 시각은 시대착오이며,이 정부는 동맹파이며 자주파라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국익에 철저히 입각해 사안별로 국익을 추구하는 사고의 전환이 요구된다"고 강조한 뒤 "동구권 붕괴 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미군이 잔류했듯이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이 주둔해 동북아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게 국민적 공감대이고 정부도 그런 토대 위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