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됐다. 3개월 만기 리보(런던은행 간 금리)가 5년 만기 국채 수익률보다 높아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상 중단을 검토하게 된 요인 중 하나도 다름아닌 장·단기 금리 역전과 그에 따른 부작용 때문으로 풀이된다. ◆장·단기 금리 역전 22일(현지시간) 뉴욕 금융시장에서 장·단기 금리가 거꾸로 됐다. 3개월 리보가 연 4.39%로 5년 만기 국채 수익률 4.34%보다 0.05%포인트 높아진 것.지난 10월 말만 해도 3개월 리보는 4.26%로 5년 만기 국채(4.44%)보다 0.18%포인트 낮았었다. 올해 초의 경우 수익률 격차는 1.05%포인트에 달했다. 물론 아직까지 장·단기 채권 수익률은 역전되지 않았다. 그러나 장·단기 채권의 수익률 격차가 갈수록 좁혀지고 있어 역전 현상은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이처럼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것은 단기채 시장의 자금이 증시로 빠져나가고 있는 반면 국제 자금이 장기채 시장으로 꾸준히 몰려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렇다 보니 FRB가 아무리 연방기금 목표 금리를 올려도 단기 금리만 상승할 뿐 장기 금리 상승세는 더디기 짝이 없다. 장·단기 금리 역전이 경기 후퇴를 초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은행들은 역마진이 생길 것을 우려해 대출을 꺼리게 되고 그렇게 되면 금융 시장이 경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릴린치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젠버그는 "지난 30년간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경우는 다섯 번 있었는데 그 이후 1년 안에 경기가 후퇴했다"고 분석했다. ◆단기금리 연 4.5%에서 멈출듯 월가에서는 FRB가 오는 12월13일과 내년 1월 말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예상해 왔다. 그 후 한 차례 금리를 더 올려 4.75% 수준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의사록 공개 이후 월가의 대체적인 전망치는 4.5% 수준으로 낮아졌다. 도이체방크의 전략가인 무스타파 차우드 허리는 "연방기금 금리가 4.75%로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에 회의가 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다음 달에만 금리를 올리고 내년엔 인상을 중단할 것이란 기대도 내비치고 있다. 한상춘 전문위원·뉴욕=하영춘 특파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