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 끝에 쌀 협상 비준안이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한국은 세계 여러나라들과 약속했던 쌀 수입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 대신 쌀 관세화(시장 완전개방)는 앞으로 10년간 더 유예받게 된다. 정부는 국회의 비준안 통과와 동시에 올해 이행키로 약속했던 쌀 수입 의무를 지키기 위한 관련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2~3개월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초엔 금년 수입물량인 22만5000t의 외국 쌀이 국내에 들어오게 된다. 그 중 10%에 해당되는 2만2500t 정도는 밥쌀용으로 수입된다는 게 특징이다. 한국은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들과의 협상에서 오는 2014년까지 추가로 쌀 관세화를 유예받되 쌀 의무수입 물량을 평균 쌀 소비량의 4.4%(2005년)에서 7.96%(2014년)까지 늘리면서 그 중 10~30%는 밥쌀용으로 시중 판매키로 합의했다. 지금까지 수입된 쌀은 대부분 쌀과자 등 가공용으로만 사용했다. 때문에 빠르면 내년 3월부터는 일반 가정의 식탁에 외국 쌀로 지은 밥이 오르게 될 전망이다. 외국산 수입 쌀은 농수산물유통공사(aT) 등을 통해 국영무역 방식으로 국내에 들어오게 된다. 그 다음 민간 유통업체 등이 참여하는 공매과정을 거쳐 백화점 할인점 슈퍼마켓 등에서 소비자들에게 시판된다. 겉포장에는 쌀 브랜드 명칭과 원산지가 표기되고 판매촉진을 위해 신문이나 TV광고도 할 수 있다. 수입쌀 가격은 수입원가에 부과금이 붙기 때문에 국산 쌀 값과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격이 국내 쌀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중국 쌀은 국내외 가격 격차의 80% 안팎을 수입부과금으로 매겨도 국산 쌀보다 10% 이상 싸게 팔릴 전망이다. 한편 우루과이라운드(UR)에서 쌀 시장 관세화 유예를 통해 완전 개방을 2004년까지 미뤘던 한국은 이번에 또다시 추가로 10년간의 시장개방 유예기간을 벌게 됐다. 그러나 쌀도 예외 없이 국내 시장의 빗장을 풀어야 하는 만큼 우리에게 주어진 10년간의 유예기간 중 구조조정을 통한 쌀 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부는 농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내년부터 2007년까지 일시 상환해야 할 농가 부채(상호금융 저리대체 자금) 5조9000억원의 상환을 연기하되 △원금 10%를 미리 내면 연 3% 금리로 5년 분할 상환하고 △원금을 선납하지 않을 경우에는 연 5%로 3년간 분할 상환토록 했다. 또 농업 관련 정책자금 금리를 농업인의 경우 현재 연 3~4%에서 3%,비농업인은 연 5~5.5%에서 4%로 각각 인하하고 농지구입 자금 금리도 연 3%에서 2%로 내리기로 했다. 내년 예산에 100억원이 반영된 농지은행을 통한 경영회생 지원사업 규모도 422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