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식 < 논설위원 >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는 세계 줄기세포 연구의 선두주자로 단연 꼽힌다. 세계 최초로 배아줄기 세포를 추출하고 복제 개 '스너피'를 만들어냄으로써 배아 복제연구에 큰 획을 그은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뛰어난 화술에다 과학기술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앞세워 국내외 뉴스 메이커로서도 한몫을 톡톡히 해왔다. 이처럼 세계적인 스타 과학자로서의 입지를 다지면서 승승장구해오던 황 교수가 줄기세포 연구용 난자확보 과정에서의 윤리 문제에 걸려 코너에 내몰리고 만 것은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니다. 황 교수는 24일 서울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난자 의혹과 관련,"만약 나무랄 게 있다면 채찍과 돌팔매를 몰아달라"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는 또 "자신의 미숙함과 옹졸함으로 인해 모처럼 찾아온 과학기술 진흥의 기회를 상실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다시 한번 사죄한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그동안 '형제'처럼 지내온 제럴드 섀튼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의 결별 선언으로 촉발된 윤리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마침내 황 교수의 발목을 잡아버린 형국이다. 사실 근래 들어 황 교수는 언제나 여유가 넘치며 느긋하던 모습과는 달리 부쩍 쫓기는 듯한 인상을 보여왔다. 그는 최근 열린 한 문화행사에서는 "어떤 때는 높은 곳에 올라가 외쳐보고도 싶고,외길을 걷는 것 때문에 이렇게 많은 시련에 부딪힐 수 있을까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황 교수의 파격적인 모습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한 생명공학 기업이 주관한 학술 대담장소에 갔다가 현장에 기자들이 와 있는 것을 보고는 자리를 박차고 떠나버리기도 했다. 물론 종교계를 중심으로 쏟아지고 있는 윤리적 비난과 우리 사회의 지나친 관심으로 인해 황 교수가 엄청난 부담감을 느끼고 있음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과학계가 생명과학 분야 국제 윤리기준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고 보면 황 교수측에서 억울하다고 생각할 만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서울대 수의대 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가 황 교수팀의 난자 의혹을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용 난자가 부족하자 여성 연구원들이 난자를 자발적으로 제공했다고 한다. 게다가 황 교수는 난자구입 과정에 관여하지도 않았으며 그것이 주업무도 아니었음은 물론 난자 구입에 대한 규제조차 없었던 상황을 감안하면 연구자의 관습과 상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 또한 십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네이처'가 지난해 5월 연구원 난자채취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윤리논란이 발등의 불이 됐음에도 황 교수는 매번 "문제가 없다"고만 되풀이함으로써 결국 도덕적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국제 생명윤리규정 준수는 이미 과학계의 관행으로 돼 있다. 정부 등이 나서 제도적 낙후성으로 인해 일어난 착오였다고 아무리 해명한들 통할 리가 만무하다는 얘기다. 황 교수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연구성과에 너무 도취돼 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 '스타 과학자는 되기도 어렵지만 유지하기는 더욱 어렵다'는 사실을 황 교수는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