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현대 대우 등 국내 자동차 3사가 12월1일 예정된 민주노총의 총파업투쟁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국내 노동운동 노선에 근본적인 변화가 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상급단체에서 결정만 내리면 거의 자동적으로 투쟁노선을 따랐던 이들 노조의 불참은 노동현장의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기아차 노조의 경우 이번에 실시된 찬반투표를 통해 조합원들이 실제로 무엇을 원하는지가 상당 부분 드러난 만큼 앞으로 막무가내식 파업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총의 총파업투쟁은 비정규직법안에 민노총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더 반영하기 위해 계획됐다. 따라서 기아차 노조의 거부는 자기의 근로조건이나 임금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상급노동단체의 '정치투쟁'에 대한 일반 조합원들의 정서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현대차 노조 역시 총파업일인 12월1일 위원장 선거를 실시해 파업을 유보했지만 전반적인 노동운동 기조에는 많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2003년에만 해도 22일 동안 파업을 벌였던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짧고 굵게' 파업을 벌이겠다며 단 4일(전면파업 2일,부분파업 2일)간 쟁의행위를 벌였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파업 기간은 다소 긴 11일을 기록했지만 작업을 하면서 쟁의행위를 병행하는 부분파업이어서 회사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별로 크지 않았다. GM이 인수할 때 무파업 약속을 했던 대우차 노조도 이번 파업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다른 사업장에도 마찬가지다. 노동부에 따르면 파업찬반투표 마감일 하루를 앞둔 24일 현재 투표를 실시한 조합원은 모두 254개소 24만7000명.전체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61만9000명의 40%에 불과하다. 이 중 전교조 소속 조합원 9만여명을 제외할 경우 15만여명에 그친다. 지난해 비정규직법안 반대를 위해 실시한 민주노총의 파업찬반투표에는 24만8000여명(노동부 집계)이 참석해 42%의 투표율을 기록했으나 전교조는 찬반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더구나 민주노총은 투표를 지난 12일 끝내려고 했으나 투표율이 저조하자 19일 1차 연기를 한 뒤 25일 또다시 2차 연기를 해야 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벌이기 위해 지난 10월 비상대책위까지 구성했지만 조합원들의 지지가 워낙 낮아 상당히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파업 건수로도 뒷받침되고 있다. 올 들어 파업을 벌인 건수는 11월24일 현재 27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51건에 비해 40%가량 감소했다. 파업이 줄어들면서 불법파업 건수도 뚝 떨어져 지난해 54건에서 올해는 13건으로 4분의 1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올해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폭력을 동원한 강·온파 간 싸움과 양대 노총의 노사정위 탈퇴,국제노동기구(ILO) 아·태총회 무산 등이 있었지만 단위사업장 조합원들과는 거리가 먼 사안이었다. 그만큼 상급단체 노동운동가들만의 투쟁이었다는 얘기다. 박종선 노동부노사조정팀장은 "이제 노동운동도 힘을 앞세운 전투적 조합주의보다는 현장 조합원의 지지를 얻을수 있는 실용주의 노동운동을 펼쳐야 먹힐 수 있다"고 밝혔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