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들은 6명당 1명꼴로 가정내 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24일 밝혔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날 발표한 가정폭력 실태 보고서에서 가정폭력은 개도국의 농촌지역에서 심각한 상황이며 심지어는 임신 중에도 폭력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며 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을 촉구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일본, 태국, 브라질, 에티오피아, 페루를 포함한 10개국의 15개 대도시.농촌에 거주하는 여성 2만4천명을 면접, 남편이나 애인에게 폭력을 당했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가정폭력에 대한 국제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배우자로부터 신체적 혹은 성적 폭력을 당한 비율은 에티오피아 농촌이 71%로 가장 높았고 페루 농촌과 방글라데시 농촌도 각각 69%, 62%에 달했다. 이번 조사에 포함된 일본 요코하마시는 피해 여성 비율이 15%로 가장 낮았다. 보고서는 브라질의 피해 여성 가운데 47%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는 사례를 소개하면서 신체적.성적 폭력을 당한 여성은 장기적으로 우울증과 자살을 포함한 건강상의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통상 2배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엘레나 살가도 WHO보건총회 의장(스페인 보건장관)은 "세계 어디선가 18초마다 여성들이 폭력이나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면서 "우리는 이런 수치스런 관행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욱 WHO사무총장은 "가정 폭력은 여성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만큼 공중보건상의 중요 이슈로 다뤄야 한다"고 말하고 각국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이 철저한 대책과 피해 여성에 대한 구조 시스템을 만들 것을 권고했다.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