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여심(女心)' 잡기에 나섰다. 비즈니스위크 최신호(28일자)는 "델 삼성 라디오색 등 첨단기기를 판매하는 기업들이 그동안 남성 위주로 마케팅을 펼쳐왔지만 첨단기기에 대한 지식과 구매력을 갖춘 여성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마케팅 대상도 남성에서 여성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성은 가정내 '최고구매책임자(CPO,Chief Purchasing Officer)' 미국 가전제품소비자협회(CEA)에 따르면 노트북PC 홈엔터테인먼트 등 첨단기기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1220억달러 규모에 달한다. 특히 올해는 처음으로 여성 소비자가 남성보다 더 많은 돈을 첨단기기 구입을 위해 지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성들이 첨단기기 구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구매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30여년간 전 세계 남성들의 소득(중간값 기준)은 0.6% 오른 데 그친 반면 여성의 소득은 무려 63%나 증가했다. 남성이 1달러를 벌어들일 때 여성은 78센트의 소득을 올리는 데 그치고 있지만 그 격차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광고회사인 케첨의 폴 랜드 이사는 "구매력이 커진 여성들은 첨단기기를 선택할 때 냉장고나 가스레인지를 고르는 것처럼 자신감을 갖고 쇼핑한다"고 말했다. ◆여성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첨단기기 업체들 델은 여성들이 주로 보는 잡지와 케이블TV 프로그램에 집중적으로 광고를 싣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6개월간 리얼심플 코스모걸 라이프타임 등 미국 내 여성 잡지와 TV채널에 레이저프린터 노트북PC MP3플레이어 등 자사 제품 광고를 연속적으로 게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3년부터 여성 소비자 평가단의 의견을 제품 디자인에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 삼성의 듀오캠은 사진과 비디오를 동시에 촬영할 수 있고 무게도 다른 제품보다 40% 이상 가볍게 해달라는 여성들의 요구를 그대로 적용한 제품이다. 섬세한 여성들의 의견은 남성들에게도 인기를 끌 수 있는 디자인을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삼성 관계자는 전했다. 대형 할인매장인 베스트바이는 여성 소비자들이 파스텔 색상의 매장에서 소비를 늘린다는 점에 착안,미국 내 60여곳의 가전제품 매장을 '여성풍'으로 리모델링했다. 특히 여성들은 메가픽셀(megapixel) 같은 전문 용어들을 귀담아듣지 않기 때문에 점원들에게는 쉬운 용어만을 사용할 것을 특별히 당부하고 있다. 또 흰색 셔츠와 넥타이로 말끔하게 차려입고 폭스바겐 비틀 자동차로 출동하는 '기술자 서비스 특공대(Geek Squad Service)'를 운영,여성 고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첨단기기 시장의 마케팅 패러다임은 이미 남성에서 여성으로 넘어갔다고 분석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