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30대 젊은 관료들이 보수적인 공무원 조직을 혁파하기 위한 전위대로 나섰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2단계 공조직 개혁을 위해 젊은 엘리트들이 총대를 메고 나선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24일 고시 출신 30대 정부 관료 21명이 공무원조직 개혁 방안을 담은 '공직사회 개혁,프로젝트 K'를 실명으로 출간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K는 '가스미가세키(중앙 관청이 몰려 있는 도쿄시내 지명)' '가이가쿠(개혁)' '고무인(공무원)'의 머리글자를 뜻한다. 이들이 내건 혁신안은 자신들의 등용문이었던 고시제도 폐지를 포함하는 등 공무원들을 조직 내에 안주하게 만든 보호막을 스스로 깨뜨림으로써 국민에 대한 서비스를 높이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들은 고시제도를 폐지한 후 관리 능력이 있는 사람은 관리직에 등용하고,정책 입안 능력이 있는 직원은 전문화해 급여도 우대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명하달식 업무 관행이나 능력 있는 전문가보다 처세꾼이 득세하는 인사 행태도 공격했다. 이들은 퇴직 후 자신들을 먹여살리는 이른바 '낙하산 인사'도 금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퇴직한 공무원들의 풍부한 경험을 활용하기 위해 '정책 어드바이저(자문가)' 제도를 도입,시·군·구 등 기초 지방자치단체에 파견하는 안을 제시했다. 국가를 막론하고 공직사회의 병폐로 지적돼온 부처 이익 지상주의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공무원들이 국제회의에서 국가 이익을 대변하기보다는 자기 부처 입장만을 대변하는 일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리 직할의 '종합 전략본부'를 시급히 설치하라고 주문했다. 부처 간 의견 대립을 조정하고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국가 전략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제언은 고시에 합격한 후 1997년 연수를 함께 받으면서 '새로운 공직사회를 만드는 젊은이 모임'을 만든 게 단초가 됐다. 주로 과장 보좌급(한국의 서기관급)으로 활동 중인 젊은 관료들은 2003년부터 50여회의 스터디 모임을 갖고 공무원 개혁 과제를 논의해 왔다고 한다. 대표를 맡고 있는 아사히나 이치로 자원에너지청 석유과장 보좌관(34)은 "공무원들도 민간 기업처럼 '국민'이라는 고객이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개혁 운동을 펼쳐 나가야 한다"며 "고이즈미 총리에게 직접 설명할 기회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9·11 총선 승리 후 공조직 혁신을 최대 개혁 과제로 내걸었다. 5년내 공무원 정원 5% 감축,2008년까지 8개 국책 금융기관 통폐합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노련한 관료 조직의 벽에 막혀 실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