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국의 경제기사 돈되게 읽기] 인텔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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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22일 미국의 인텔과 마이크론이 손잡고 낸드 플래시(Nand Flash)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다는 보도로 국내 금융시장은 크게 출렁거렸다.
낸드 플래시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장세 하락을 주도하면서 종합주가지수가 24포인트 떨어졌다.
다행히 시장은 다음 날 바로 안정됐지만,인텔 쇼크는 정보기술(IT) 산업 등 첨단 산업에서 세계적 차원의 경쟁을 실감하게 하는 사건이었다.
(2005년 11월23일 한국경제신문 종합면 참조) 이 같은 경쟁은 낸드 플래시 분야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경제 뿐 아니라 사회의 기초 작동원리로 굳어지면서 기업 경영이나 주가는 국내적 요인보다는 세계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반도체 시장의 고래싸움
낸드 플래시는 확실히 돈이 되는 사업이다.
아주 조그마한 칩에 대용량의 정보를 담을 수 있는 낸드 플래시 덕분에 지난 2~3년 사이 우리 삶은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MP3나 디지털카메라가 생활의 일부가 됐고,앞으로 값싼 낸드 플래시 덕분에 캠코더나 노트북의 크기와 무게도 현격히 줄어들 전망이다.
PC의 하드디스크를 낸드 플래시가 대체할 경우 전력 소모량이 급속히 줄어들면서 노트북은 정말로 노트처럼 가볍고 작아질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얘기는 먼 얘기가 아니라 내년쯤이면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고성장이 예상되는 낸드 플래시의 영업이익률이 50%나 되자 D램에서 고사지경에 이른 마이크론이나 삼성전자의 도전이 두려운 인텔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전면전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
다른 회사도 아니고 세계 최대의 IT 기업인 인텔과 삼성전자의 본격적인 고래싸움이 벌어질 것이라는 점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두려운 사실임은 당연하다.
◆시장은 삼성전자의 우세를 점쳐
낸드 플래시 반도체를 만드는 것은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단지 돈만 있다고 가능한 것은 아니다.
높은 성장이 예상되긴 하지만 손익분기점이 낮아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한국의 반도체 업체들은 높은 기술력과 생산성으로 이미 D램 시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D램 반도체에서 현재 20%대의 마진율을 보이는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까지 반도체 가격이 35% 하락한다고 가정할 경우에도 영업이익률은 8%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도 감가상각비를 포함할 때 적자인 마이크론은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 27%에 이를 전망이다.
이런 경쟁력 격차는 낸드 플래시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사의 낸드 플래시 원가격차 30%포인트와,1년에 50%씩의 원가가 하락하는 속도를 감안할 때 대체적인 분위기는 한국 반도체 업체의 판정승을 예상하는 분위기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주말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되사는 모습이었다.
◆인텔쇼크는 기회다
이번 인텔쇼크는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에게는 단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파문을 뒤짚어 판단해 보면 세계 최고의 IT기업인 인텔을 위협할 정도로 삼성전자는 세계적 기업이라는 점,낸드 플래시는 세상을 바꿀 정도의 고성장 산업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세계적 차원에서 독보적인 생산력과 수익성을 확보한 기업은 웬만한 변화에도 견딜 능력이 발생한다.
그리고 시장은 이런 기업에 대해 높은 점수를 준다.
기술의 변화가 세계를 바꾼다.
인텔이 군침을 흘릴 정도로 낸드 플래시 시장의 성장성은 높다.
그러나 투자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낸드 플래시의 전체 경기부양 효과와 응용 제품 생산업체,부품업체에도 호황이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화에 성공한 현대차와 동반해서 해외에 진출한 자동차 부품업체,내년 지상파 DMB 개시를 앞둔 장비업체들은 낸드 플래시만큼이나 돈이 되는 사업이 될 수 있다.
이런 기업들은 굳이 주식이 아니라도 회사채나 전환사채(CB) 투자도 고려해 봐야 한다.
투자는 먼 곳에 있지 않다.
기술의 발전과 이에 따른 생활의 변화를 사고의 중심에 둘 때 투자는 성공한다.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 skhong@beste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