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정동영(鄭東泳) 통일장관과 김근태(金槿泰) 복지장관이 26일 오후 열린우리당 서울시당 여성위원회가 주최하는 특별강연회에 `동반 출연'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두 장관이 한 자리에서 강연하는 일은 간간이 있어 왔지만 최근 연말 연초 개각설과 맞물려 당 복귀론이 정설로 굳어지고 이에 따라 당권경쟁이 점화되고 있는 시점의 미묘함 탓에 강연 내용에 쏠리는 관심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물론 두 장관이 행할 강연의 주제는 주무장관으로서의 `전공분야'에 그치고 있어 딱히 정치적 행보로서의 의미를 부여하기는 쉽지 않다. 정 장관은 `6자 회담의 성과와 통일을 위한 준비'를 주제로, 김 장관은 `양극화 해소와 통합의 정치'를 주제로 각각 강연할 예정이다. 참여정부 정책기조의 양대 키워드인 `통일'과 `복지'를 주무장관이 당원들에게 설명하는 형식인 셈이다. 다만 이날 강연회는 당 복귀를 앞둔 두 장관의 정치적 행보를 어느정도 가늠케 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사전에 배포된 강연원고를 뜯어보면 정 장관은 남북.통일정책에만 초점을 맞추고 정치관련 문제는 아예 언급을 하지 않은 반면 김 장관은 복지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으로 한나라당을 향해 직설적 비판을 가하며 정치적 발언수위를 높였다. 정 장관은 이날 강연에서 5년 안으로 남북간 호혜적인 산업협력을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특히 개성과 금강산의 성공을 토대로 향후 평양.남포권, 청진.원산권, 나진.선봉, 신의주 등지에 특성화된 산업협력단지를 확대함으로써 북한 경제의 자생력 확보를 도모하겠다는 포부도 펼쳐보였다. 이에 비해 김 장관은 복지정책 확대와 그에 따른 재정소요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한나라당을 향해 "역사의 배신자이자 위선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장관은 한나라당이 정부의 국민통합 연석회의 제안을 거부한 것에 대해 "시대를 못읽고 역사를 배신하고 있다"고 했고, 한나라당이 대규모 감세를 추진하고 있는데 대해서는 "감세를 주장하면서 빈곤층을 도와주겠다는 한나라당은 위선자"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강연상의 대비점은 정 장관이 `정중동'의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반면 김 장관이 적극적인 외연 불리기에 나서고 있는 흐름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 장관은 "정기국회까지는 내각에 전념한다"는 선언 속에서 공개적인 행보 대신 각계인사들과의 `스킨십' 확대에 치중하고 있는 분위기인 반면 김 장관은 최근 공개적인 강연기회를 빌려 `큰 꿈을 갖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대선행보에 착수한 가운데 그 연장선에서 한나라당과의 각 세우기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김 장관을 정점으로 하고 있는 당내 재야파가 이날 오후 `국민정치연대'라는 범 재야파 연합체를 출범시킨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아직까지는 두 장관 사이에 이렇다할 대립요인이 관찰되고 있지 않지만 결코 나눠가질 수 없는 당권과 대선후보를 놓고 경쟁하는 관계인 점을 감안하면 양측간의 신경전은 시간이 흐르면서 노골화되는 양상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두 장관은 특히 12월중으로 서울시당 청년위원회, 전국 노인위원회, 경기도당 등 각종 당내 강연회에 함께 출연할 예정이어서 이를 통해 당의 `대주주'들로서의 정치적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면서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