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의 원화 차입과 단순히 금융수익을 목적으로 한 원-캐리 트레이드가 가능해진다.
캐리 트레이드는 증권 브로커가 차입 자금으로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때 투자수익률이 차입금리보다 높을 경우 '포지티브 캐리',반대의 경우를 '네거티브 캐리'라고 한다.
또 차입한 통화에 따라 엔-캐리,달러-캐리,원-캐리 트레이드로 구별된다.
앞으로 외국인의 원화 차입과 원-캐리 트레이드가 얼마나 일어날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통화가치를 감안한 국제 간 자금이동이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금차입 관점에서 이 이론을 재구성하면 통화 가치를 감안한 차입국의 조달금리가 투자대상 혹은 투자대상국의 수익률보다 낮으면 캐리 트레이드가 일어난다.
이론대로라면 외국인의 원화 차입과 원-캐리 트레이드는 국내 금리와 원화 가치에 달려있는 셈이다.
물론 외국인이 원화 자금을 차입할 때 시장금리가 기준이 되지만 국제적으로 비교 가능한 정책금리를 놓고 보면 현 콜금리 3.5%는 이미 낮은 수준이고,우리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가 워낙 강해 쉽게 인상될 가능성도 낮은 상태다.
다행히 원화 가치는 안정돼 있으나 개도국의 통화가치는 언제든지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특히 우리처럼 현 정부가 집권 후반기를 맞아 차기 대선과 관련해 정치권이 혼탁해질 경우 그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의 원화 차입과 원-캐리 트레이드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여건이 충족돼 있다고 판단된다.
앞으로 외국인의 원화 차입과 원-캐리 트레이드가 일어나면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의 원화 차입이 유입되면 자산시장이 활성화되고 직접투자 자금으로 연결될 경우 경기회복과 성장잠재력 배양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원-캐리 트레이드가 활발해지면 원화의 국제화 등 우리 경제의 해외 위상을 제고시킬 수 있는 효과도 기대된다.
반면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주식 등에 투자하는 자금까지 국내에서 조달이 가능해짐에 따라 투기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다.
더욱이 증시와 부동산 시장에 이어 대출과 타이거 본드시장까지 외국인에 의해 좌우될 경우 윔블던 현상과 이에 따른 국부유출,경영권 위협,정책무력화 등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런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보완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무엇보다 시장을 중시하는 정책운용 능력의 선진화가 요구된다.
지금처럼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나 원화 가치를 낮게 유지할 경우 그만큼 외국인에게 투기유인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 외국인과 외국자본의 성격을 철저히 파악해 놓을 필요가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외화검사권 부여방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으나,지금처럼 관련기관 간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검사권의 핵심인 '사전파악과 신속대응' 차원에서 한국은행에 집중시키는 방안이 그래도 바람직해 보인다.
우리 국민의 자세도 중요하다.
돈에 국적을 부여하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자본거래가 완전 자유화된 시대에 우리 경제의 독립성과 안정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모든 경제행위를 국익관점에서 바라보는 자세는 더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