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영 <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sylee1657@kita.net > 본격적인 취업철을 맞아 기업들이 신입사원 모집에 나서면서 취업 예비생들의 발길도 바빠지고 있다. 그간 갈고 닦은 자신의 실력이 입사시험이나 인터뷰 현장에서 십분 발휘될 수 있도록 신중에 신중을 더하는 한편 어느 업무가 적성에 맞을지 고민하느라 여념이 없다. 하지만 이런 분주함 속에서도 늦가을 캠퍼스의 단풍을 쓸쓸한 마음으로 바라봐야만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들에게 낙엽 지는 요즘은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은 보통인,갈수록 좁아지는 바늘구멍을 뚫어야 하는 심란한 계절일 뿐이다. 예비 졸업생들의 사회진출 준비가 모자란 것은 아니다. 원어민 뺨치는 출중한 외국어 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다양한 면접기법을 익히는 것도 모자라 좋은 첫인상을 위해 성형외과가 붐빈다는 얘기마저 들린다. 유망한 인재가 실력 발휘할 곳을 찾지 못해 좌절과 실의 속에서 세월을 보낸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해다. 매년 3~4%씩 성장은 꾸준히 이뤄지는 데 반해 고용사정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애써 배운 최신 지식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이 우리만의 현상은 아니다. 선진국 선거에서 실업률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이며,고용지표에 따라 주가가 들썩이는 건 예사다. 고성장 행진을 거듭 중인 중국 역시 도시의 실질 실업률은 10%에 이른다고 한다. 1994년 미국의 석학 제러미 리프킨이 '노동의 종말'에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데 비해 인간의 노동력은 쓸모가 없어지고 있다"고 한 예견이 10년도 더 지난 지금 꼭 들어맞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고용사정이 경쟁국보다 심각하다는 것이다. 15세 이상 생산가능 인구 대비 취업자 비율을 의미하는 고용률에서 지난해 우리는 64%를 기록,OECD 30개국 가운데 19위에 그쳤다. 오죽하면 '잘 부탁합니다'란 노래로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는 요즘 대학생들의 현실을 묘사한 그룹이 '한 사회의 시대상을 잘 반영했다'는 이유로 대학가요제 대상을 받았겠는가. 대학은 기업이 원하는 쪽으로 직무훈련을 실용화하고 정부는 미래사회의 인력수급에 관한 치밀한 데이터를 마련하는 등 고용사정 개선을 위한 다양한 준비에 나서야 할 것이다. 특히 향후 일자리 창출은 고부가 서비스산업에 달려 있는 만큼 지식서비스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상품과 서비스를 결합한 복합무역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적극 추진해야 한다. 취업 준비생들의 얼굴에 가득한 수심(愁心)을 걷어주는 것이 절박한 과제임을 깊어가는 가을은 알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