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갤러리] '동해바다-후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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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원수보다 더 미워지는 날이 많다
티끌 만한 잘못이 맷방석만 하게
동산만 하게 커 보이는 때가 많다
그래서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남에게는 엄격해지고 내게는 너그러워지나 보다
돌처럼 잘아지고 굳어지나 보다
멀리 동해바다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널따란 바다처럼 너그러워질 수는 없을까
깊고 짙푸른 바다처럼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스스로는 억센 파도로 다스리면서
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하면서
신경림 '동해바다-후포에서'전문
세상이 혼탁해 지는 것은
서로의 욕심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바라는 것이 많을 수록
혼탁의 밀도는 높아진다.
욕심을 효과적으로 채우는
방법만을 가르치는 세상.
처세술과 효율성으로 다져지는 사람들.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 결국
행복이 얻어질 수 있을까.
시인은 남을 타고 넘느니 스스로
를 다스릴 것이라고 다짐한다.
자신을 비울 수록,
행복은 가까워진다고 믿고 있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