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7:27
수정2006.04.03 07:29
지난해 말 마련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라 12월1일부터 국내에서 처음으로 퇴직연금 제도가 시행된다.
일시금으로 받는 현행 퇴직금제도와 함께 퇴직 급여에 대한 근로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지게 된 셈이다.
개별 사업장은 내달부터 노사협의를 통해 기존 퇴직금 제도를 유지할지 아니면 퇴직연금제를 도입할지를 선택해야 한다.
퇴직연금제도가 정착될 경우 선진국처럼 국민연금 개인연금과 함께 3층 구조의 노후소득 보장장치가 구축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점도 있다.
우선 퇴직연금 도입이 의무가 아니다보니 노·사 모두 관심도가 낮다.
제도전환에 따른 세제 혜택 등 정부의 유인책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새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퇴직연금의 특징과 상품,활성화 대책 등을 살펴본다.
◆회사 망해도 퇴직금 받아
기존 퇴직금은 장부상으로만 쌓아 놨다가 퇴직자가 생기면 그때그때 지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퇴직급여충당금을 담보로 회사가 대출받았다가 부도가 발생, 퇴직금 지급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목돈은커녕 퇴직금이 생활자금으로 소진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던 것이다.
기존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회사가 망하거나 경영상태가 어려워지면 퇴직금을 떼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실제 지난해 발생한 체불임금 1조426억원 가운데 전체의 34.8%를 차지한 것이 퇴직금이었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한 제도가 바로 퇴직연금이다.
회사는 근로자들에게 줄 퇴직금을 회사내부가 아닌 자산운용사 은행 보험사 등 외부 금융회사에 적립할 책임을 새로 지게 된다.
회사가 망해도 사외에 쌓인 퇴직금은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근로자는 퇴직 이후 일정 나이(55세)가 됐을 때부터 최소 5년 이상 퇴직금을 매월 또는 매년 연금형태로 받게 된다.
직장을 자주 옮기더라도 새로 도입되는 개인퇴직계좌(IRA:Individual Retirement Account)를 활용하면 퇴직금을 한곳에 모두 모을 수 있다.
적립되는 퇴직금을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운용수익률을 내고,이를 통해 퇴직연금 규모를 불릴 수 있게 한 것도 기존 퇴직금과의 차이점이다.
◆임금인상률이 높다면 DB형
퇴직연금은 운용 책임을 누가 지느냐에 따라 DB형(Defined Benefit:확정급여형)과 DC형(Defined Contribution:확정기여형)으로 나뉜다.
사업주가 운용 책임을 지는 DB형은 퇴직 시 근로자가 받을 금액이 미리 정해진다.
퇴직 직전 30일 평균임금을 근속연수로 곱하고 여기에 누진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기존 퇴직금제도와 산출 방식이 같다.
그러나 매년 퇴직금 충당금의 60% 이상을 사업주가 사외 금융회사에 납입해야 한다는 점은 다르다.
수익이 높을수록 사업주의 퇴직금 적립 부담은 줄어드는 구조다.
DB형은 임금인상률이 투자수익률 보다 높아야 DC형 보다 퇴직 급여가 많아진다.
따라서 DB형은 임금이 계속 인상되는 연공급 임금체계를 가지고 있거나,경영이 안정적인 대형 사업장에 적합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금융지식이나 운용 노하우에 신경쓰고 싶지 않은 장기 근속 근로자들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재테크'자신있다면 DC형
반면 DC형은 근로자의 운용능력에 따라 연금규모의 크기가 좌우된다.
연간 근로자 급여의 12분의 1(8.3%) 이상을 전액 퇴직충당금으로 사외금융회사에 설정한 근로자 개인계좌에 넣어주는 것으로 사업주의 의무는 끝난다.
이후 운용책임은 근로자 몫이다.
수익이나 손실도 근로자가 감당해야 한다.
투자수익률이 임금상승률을 웃돌아야 DB형을 선택했을 때보다 퇴직 급여가 많다.
투자 노하우가 있고 금융시장에 밝은 근로자에게 유리한 구조인 셈이다.
근로자 개인계좌에서 적립금이 관리되기 때문에 추가로 여유자금을 퇴직연금계좌에 투자할 수도 있다.
중도인출이 불가능한 DB형과 달리 DC형은 주택마련, 요양비 등의 명목으로 중도 인출이 가능하다.
따라서 연봉제나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는 사업장,기업의 수명이 짧거나 경영이 불안정한 사업장에 적합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덕희 노동부 퇴직급여보장팀장은 "회사 규모와 급여체계,업태 특성 등 사업장의 상황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지는 만큼 선택 이전에 신중한 검토가 필수"라며 "근로자들도 자신에 맞는 연금상품에 대한 관심과 학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