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계 "임원 여러분 쉬면서 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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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임원들을 과중한 업무 부담에서 해방시키자는 목소리가 미국 재계에서 일고 있다.
하루 8시간 이상,일주일 내내 일하는 것이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임원의 재능과 창의성,생산성은 소모되고 만다는 사실에 미국 기업들이 경각심을 갖게 됐다고 포천 최신호(11월28일자)는 전했다.
◆일 부담 줄이는 미국 기업
세계 최대 언론기업인 뉴스코프의 피터 체르닌 사장은 계열사인 20세기폭스TV 사장으로 개리 뉴먼과 도너 월든 두사람을 뒀다.
한 해에 4~5개 TV 시리즈를 제작하던 회사가 지금은 25개를 제작할 정도로 규모가 커지면서 한 명의 사장으로는 경영 자체가 어려웠다.
업무 영역을 나누지 않고 같은 자리에서 항상 교체할 수 있는 축구 선수처럼 서로 도우면서 일하도록 했다.
실적은 기대 이상으로 좋아졌고 두 사장도 큰 문제없이 사장직을 수행해내고 있다.
보스턴의 플릿뱅크에 근무하는 신시아 커닝햄과 셸리 머레이는 국제외환담당 부사장 일을 나눠맡고 있다.
일주일에 3일씩 출근해 트레이딩데스크를 관장한다.
전에는 각자 일주일에 50~60시간씩 일했지만 지금은 20~25시간으로 줄어들었다.
미국 유통업체 코스트코의 짐 시너걸 CEO도 회사 중역들에게 일주일 모두 출근하지 말고 쉬어가며 일하라고 당부한다.
그래서인지 중역들의 이직률은 경쟁회사보다 현저하게 낮다.
◆미국의 낮은 생산성
미국은 세계에서 생산성이 가장 높은 나라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2002년의 경우 미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흔히 '게으른' 나라라고 여겨지는 프랑스 독일 노르웨이 벨기에보다 더 낮았다.
미국의 노동시간이 이들 나라보다 훨씬 길어 착시현상을 불러온 것이다.
과중한 업무 부담이 비효율을 낳는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2003년 매러컨 어소시에이츠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자료에 따르면 임원 업무 시간의 80%가 기업의 장기적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지 못했다.
컨설팅업체 매킨지는 "미국 회사들이 임원들에게 지나치게 과도한 업무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새 임원을 뽑으려고 하면 충성을 다바쳐 매일 일하겠다는 사람들만 줄지어서고 정작 재능있는 리더들은 별로 없다고 매킨지는 덧붙였다.
◆올바른 접근법
포천이 500개 기업의 남자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응답자의 55%는 소득이 줄더라도 일하는 시간을 줄일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문제는 잭 웰치나 엘리 브로드 같은 전설적인 경영자들은 이런 생각을 가진 중역들을 좋아할 리가 없다.
포천은 그러나 임원들이 이런 생각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기업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직원뿐 아니라 남자 직원도 '할 수 있는 일만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기업이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포천은 지적했다.
또 임원의 과중한 업무를 완화시켜주면 경쟁우위가 생겨나고 이것이 미국 재계에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기업이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