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을 누비던 '수출 한국'의 주역 삼성물산 출신 인사들 중에는 유독 정보기술(IT)분야의 최고경영자(CEO)가 많다.


삼성물산 출신들은 1997년 말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대거 벤처업계로 전직을 했다.


당시 삼성물산은 임원의 절반을 줄이는 혹독한 구조조정을 단행,자의반 타의반으로 직장을 옮긴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부침이 심했던 벤처업계에서 이들은 종합상사 특유의 판단력과 적응력을 발휘하면서 CEO로 성공했다.


오경수 롯데정보통신 대표(49)는 "종합상사에서는 사원 대리 과장도 수백만달러가 걸린 거래를 자신의 판단으로 결정한다"며 "이 같은 업무특성이 CEO로 클 수 있는 역량의 기반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IT업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 CEO로는 넷피아의 이금용 사장(54)을 비롯 현만영 아이마켓코리아 사장(53),서강호 한솔CSN 사장(55),임영학 CJ홈쇼핑 대표(51),조영천 베니트 사장(48),엄창섭 케어캠프닷컴 사장,정락 삼테크 사장(54),지승림 알티캐스트 사장(56),신중호 아이하트 사장(53),한동수 씨앤텔 사장(45) 등을 꼽을 수 있다.


삼성물산 출신 IT분야 CEO로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은 '인터넷 전도사'로 불렸던 이금용 넷피아 사장이다.


이 사장은 삼성물산 인터넷사업부 임원으로 일하다 99년 9월 옥션 사장으로 영입되면서 인터넷 열풍의 산파 역할을 했다.


이 사장은 옥션을 국내 제1의 경매사이트로 성장시켰으며 인터넷기업협회 초대회장을 맡기도 했다.


이 사장은 이후 이니시스를 거쳐 지난 3월 넷피아의 국내총괄부문 대표이사를 맡아 한글인터넷주소를 전파하는 데 여념이 없다.


오경수 대표는 이금용 사장의 입사 5년 후배로 기획실과 비서실에서 함께 근무하면서 각별한 인연을 맺어왔다.


오 대표는 삼성물산 재직당시 삼성그룹의 그룹웨어인 '싱글'(Single)을 만든 주역이다.


이런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 2000년에 40대의 나이에 e삼성의 계열사인 시큐아이닷컴 사장에 임명됐다.


오 대표는 올해초 시큐아이닷컴을 떠나 롯데정보통신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 대표와 입사동기인 조영천 사장은 지난해부터 코오롱과 미국CA의 합작법인으로 시스템통합(SI)업체인 베니트를 이끌고 있다.


조 사장은 컴퓨터통신통합(CTI)업체인 넥스트웨이브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현만영 아이마켓코리아 사장은 삼성물산을 떠났지만 여전히 삼성그룹 산하 기업이라는 점에서 다른 이들과 구별된다.


아이마켓코리아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이 최대주주다.


현 사장은 삼성물산 런던지사에서 10여년을 근무하고 국제금융부장 등을 거친 뒤 96년에 에버랜드의 전략경영담당 이사로 자리를 옮겼다가 2000년부터 아이마켓코리아를 이끌고 있다.


삼테크의 정락 사장은 현 사장과 78년 입사 동기이자 외국어대 무역학과 동기로 절친한 사이다.


삼테크는 90년 삼성물산에서 분사한 반도체 유통회사로 정 사장은 지난 94년 이 회사에 합류했으며 지난해 6월 대표이사가 됐다.


서강호 한솔CSN대표는 지난 2000년부터 삼성물산에서 인터넷쇼핑몰 담당 임원으로 근무하다가 2003년에 한솔CSN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솔CSN은 인터넷쇼핑몰 사업을 매각하고 물류에 사업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임영학 CJ홈쇼핑 대표도 삼성물산에서 인터넷사업부장 인터넷전략실장 등을 역임하면서 인터넷 감각을 키웠다.


임 대표는 지난 2002년 CJ홈쇼핑의 영업본부장으로 영입된 뒤 지난해 5월부터 대표이사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기도 하다.


지승림 사장은 삼성구조조정본부와 삼성중공업에서 부사장을 지내고 지난 2000년 알티캐스트 사장으로 부임했다.


삼성의 대표적인 경영인으로 꼽히던 이필곤 전 삼성물산 부회장도 알티캐스트의 고문으로 지 사장을 돕고 있다.


이 고문은 삼성물산 출신들의 모임인 삼동회(삼성물산 동우회)의 회장이기도 하다.


이 고문은 삼동회 회원들을 이끌고 매월 둘째주 토요일에 청계산 등반을 하고 있다.


내달 5일에는 200여명이 참여하는 송년모임을 계획 중이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