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공수표' 너무많다..자영업자 대책, 용두사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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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공수표'로 전락할 경제정책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종합투자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해 5%의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의욕은 차치하고라도 영세 자영업자 대책,민자유치사업,한국투자공사(KIC)를 통한 외환 보유고의 효율적 활용,외국과의 조세조약 개정 등 용두사미 꼴로 전락한 정책이 상당수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정책 추진 부실화의 원인으로 졸속행정과 이에 따른 실천의지 부족을 첫째 원인으로 꼽는다.
박원암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참여정부 들어 상당수 정책이 위원회에서 만들어지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져 실효성을 발휘할 수 없었던 것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재웅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도 "정부가 정책을 만들 때 여론무마용으로 만드는 경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실천의지도 부족해 작은 난관에 부딪치거나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면 그만둬 버린다"고 지적했다.
◆영세자영업자 대책 '구호만 요란'
중소기업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6개 부처는 지난 5월31일 자영업 과잉 진입 예방을 골자로 한 대책을 발표했다.
자영업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자격증 제도를 늘리고 전국 100대 상권정보 제공시스템 구축 및 컨설팅 강화를 세부내용으로 삼았다.
이 가운데 자격증 제도는 여론의 질타를 받고 6월 초 곧바로 철회됐으며 나머지도 진척된 내용이 없다.
100대 상권정보 제공시스템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내년으로 미뤄졌다.
올 20만개 점포를 대상으로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키로 한 것도 실제 컨설팅은 1000여개에 그쳤다.
이를 위해 집행된 예산은 5억원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청은 5만건의 컨설팅을 제공했다고 공식 표명하고 있지만 실무자는 "5만건은 전화나 온라인을 통한 기본상담"이라고 털어놨다.
내년 중에라도 본격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컨설팅 관련예산은 불과 15억원 증액되는 데 그쳤다.
중기청 관계자는 "기획예산처가 예산 확대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자유치사업 흐지부지
정부가 올해 경기회복의 디딤돌로 삼으려했던 민자유치사업도 요란한 '발표'에 비해 '흥행'은 실패했다.
정부는 'BTL(건설 후 정부에 임대)'이라는 새로운 민간자본 유치방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1%포인트 끌어올리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실제 성과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기획예산처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까지 고시된 BTL 사업은 사업대상 105건 중 67건(63%)에 그쳤다.
이 가운데 'BTL 간판'을 달고 공사를 벌이고 있는 곳은 1호 사업으로 고시된 충주비행장 군인아파트(국방부 주관) 한 곳 뿐이다.
이로 인해 BTL의 올해 실제 집행규모는 4600억원(설계비 등 부대비용 포함,공사비는 2000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KIC '조직 구성조차 못해'
지난 7월 출범한 KIC는 당초 8월 말까지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선임하겠다고 했으나 8월이 되자 이를 10월로 미뤘다.
하지만 11월 말이 되어서도 CIO는 선임되지 않고 있다.
이강원 KIC 사장은 "CIO 후보자들과의 협상이 생각보다 까다로워 선임이 지연되고 있다"며 "5년 또는 10년 후를 바라보는 조직인 만큼 여유를 갖고 적임자를 물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CIO 선임이 늦어지면서 200억달러의 자금운용 일정도 자동적으로 늦어지고 있다.
당초 올 연말께부터 운용을 시작할 방침이었지만 이제는 내년 하반기께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조직 구성보다는 운용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전산작업이 당초 생각보다 훨씬 많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세조약 개정 '거북이 걸음'
정부는 지난 6월 라부안을 이중과세방지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한·말레이시아 조세조약을 개정하고,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들과도 주식양도차익 과세방법 변경 등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주성 국세청장이 최근 말레이시아 국세청장과의 회담에서도 강조했지만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를 거부하고 있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라부안을 금융센터로 육성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OECD 국가들과의 개정 논의 역시 뚜렷한 진척이 없다.
이경근 재경부 국제조세과장은 "조세조약 개정 협의는 외국 정부와의 협상이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고유가대책 '눈치만 보다 끝나'
정부는 국제유가가 뛸 때마다 고강도의 에너지절약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0부제나 요일제의 강제시행은 시도조차 해 보지 못했다.
여당은 11월 초 당정협의 후 내년 초 공공부문 요일제 시행을 거론했으나 산업자원부는 시기는 미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공공부문의 요일제도 에너지절약이 절박한 시점에서 시행될 것"이라고 애매모호하게 표현하고 있다.
정부는 또한 비축유도 늘리지 못했다.
당초 2632억원의 비축유 구입예산을 책정하고 630만배럴을 확보키로 했지만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바람에 아직까지 구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박준동·안재석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