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마후라 9명 기업인으로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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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조종사들이 모여 회사를 창업해 선진국 수준의 항공훈련용 CBT(Computer-based Training)시스템을 개발해 화제다.
이른바 '빨간마후라' 출신인 9명의 조종사들이 지난 2000년 2월 퇴직금을 조금씩 모아 자본금 5000만원으로 항공기 관련사업을 하기 위해 회사를 만들었다.
공사 30기로 F4 전투기를 몰던 허옥만씨(47)가 대표이사를 맡고 공사 33기로 F5를 조종하던 신용인씨(44)가 상무를 맡았다.
'한길씨앤씨'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한 이들은 지금까지 해외기술에 의존하던 CBT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이를 통해 한국 공군에서 발주하는 TA-50 교육훈련체계 개발사업을 수주하자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이들은 운전자금이 충분하지 않았다. 사무실 임대료가 부족해 연세대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개발사업을 시작했다.
당초 예상보다 많은개발비가 계속 들어가는 바람에 9명 모두 수익금이 나올 때까지 무임금으로 근무하기로 다짐했다. 이들은 거의 1년간 한푼의 월급도 받지 못한 채 조종사훈련 때보다 더 혹독하게 밤을 새우며 일했다. 경쟁업체는 조종사 출신이 어떻게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겠느냐며 자신들과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자고 제안을 해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빨간마후라들은 기술을 직접 개발해내기로 방침을 굳히고 개발에 몰두했다.
오스트리아 항공업체인 다이아몬드사와 미국 항공사 등에 직원을 파견해 관련기술을 현장에서 습득토록 하면서 끊임없이 CBT기술을 개발해나갔다.
덕분에 최근 공군에서 발주하는 시스템개발사업 35억원어치를 수주하는 성과를 올렸다.얼마전 서울 연남동 민호빌딩으로 이사한 한길씨앤씨는 사고기의 블랙박스 해독사업에도 진출해 이미 몇 차례의 해독을 마치기도 했다. 이 회사의 신용인 상무는 "앞으로 부정기 항공사업 등 실제 항공기를 운행하는 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