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7:27
수정2006.04.03 07:29
상장사들이 적대적 M&A(기업인수합병)에 대처하기 위해 정관을 잇따라 변경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해 줄 법적 장치가 없어 혼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답답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적대적 M&A를 막기 위한 상장기업들의 정관 변경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본지 조사(11월22일자)에 따르면 대한항공 한진해운 삼아알미늄 등은 이사 선임 등에 대한 의결요건을 강화한 초다수결의제를, 신일산업 진흥기업 등은 적대적 M&A로 퇴직하는 이사에게 막대한 추가퇴직금 지불을 규정한 황금 낙하산제를 도입했다.
모두 기업사냥꾼들의 경영권 공격에 대비키 위한 교육책(苦肉策)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기업들이 얼마나 경영권 위협에 노출돼 있으며,그로 인해 큰 불안을 느끼고 있음을 한눈에 보여주는 현상들이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M&A 방어를 위한 제도를 도입했다 해도 과연 법적 효력이 있느냐의 여부조차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현행 상법에서는 경영권 방어 장치의 도입을 막는 명문 조항이 없지만, 이를 도입할 근거도 전혀 없는 까닭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의 경우 이미 다양한 방식의 경영권 방어 장치를 관련 법률에 반영하고 있다.
적대적 M&A의 위협이 있을 경우 대주주가 시세보다 훨씬 싼 값에 신주를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포이즌필 제도,주식 보유기간 등에 따라 의결권에 차이를 두는 차등의결권 제도,특정 주식에 회사의 중요사안에 대한 거부권(拒否權)을 인정하는 황금주 제도 등이다.
우리와 비슷한 경영구조를 갖는 일본의 경우도 적대적 M&A에 대해 의결권이 아닌 주주 숫자를 기준으로 50%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초강력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오히려 금융계열사의 5%를 넘는 보유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정지시키고,매각토록 하는 금융산업구조개선법 개정을 통해 우량기업의 경영권을 흔들고 적대적 M&A에 무방비 상태로 내몰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상장사들의 외국인 지분율은 40%를 넘고 있다.
적대적 M&A의 위협 역시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제라도 경영권방어 제도의 법제화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