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은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건무)이 서울 용산에서 재개관한 지 한 달을 맞는 날이다. 경복궁 시대를 마감하고 '새 용산시대'의 문을 활짝 연 국립중앙박물관은 9만여평의 부지에 세계 여섯 번째 규모의 초대형 박물관으로 건립돼 개관 전부터 온국민의 관심을 받아왔다. 개관 직후부터 수많은 인파가 몰려 그 인기를 실감케 한 중앙박물관은 한국 문화의 새로운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전통적인 박물관 기능의 외연을 확대해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중이다. 박물관은 올해 말까지 재개관을 기념해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되고 있다. 개관 1개월을 하루 앞두고 27일에만 3만2천576명이 박물관을 찾았다. 현재까지 이곳을 찾은 관람객은 모두 67만9천여명(중앙박물관 추산)이다. 하루 평균 2만2천600여명이 박물관을 찾은 셈이다. 휴일에는 가족들과 나들이 오는 시민들 덕택에 평일보다 약 1.5배가 많은 3만-4만명의 관람객이 몰렸다. 박물관 입장은 내년 1월1일 이후 유료(성인 개인 기준 1인당 2천원)로 전환된다. 800석 규모의 전문공연장 '용'과 뮤지엄숍 4곳, 레스토랑을 비롯한 식음료 시설 7곳 등을 갖추고 있는 중앙박물관은 그야말로 복합문화공간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단의 추산에 따르면 1일 평균 1만여명이 박물관 문화시설을 이용한다. 극장 '용'의 객석 점유율도 84%정도로 나타났다. 극장 '용'에서는 23-24일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과 골든 앙상블' 연주회가 열렸고, 월드뮤직 그룹 '바이날로그'가 26-27일 콘서트를 펼치는 등 클래식과 대중음악, 발레, 연극을 넘나드는 공연이 골고루 열려 박물관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그러나 개관 한 달 동안 박물관이 이처럼 환호성만 질렀던 것은 아니다. 박물관은 이른바 고고학 연표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가장 먼저 1층 고고관 입구에 내걸린 한국고고학 연표에서 '고조선'이 빠졌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그러자 박물관은 "고고학에서 말하는 시기 구분과 역사학에서 말하는 연표는 다르다"는 논리를 내세웠다가 결국 '고조선 건국 기원전 2333년: 삼국유사'라는 표기를 넣었다. 어떤 관람객은 한국불교미술의 총화라고 일컫는 국보 83호 금동반가사유상(金銅半跏思惟像)에 대한 박물관측의 설명문을 문제삼고 나서기도 했다. 이 설명문에는 "이 (불)상은 일본 교토의 코류지(廣隆寺)에 있는 목조상과 상당히 흡사하다"고 돼 있는데 이는 이 불상이 일본의 영향을 받은 작품이라는 오해를 낳고 있다는 것. 이 주장은 사실 박물관에서도 미쳐 생각지 못한 대목이라 박물관 측은 상당히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결국 이 설명문도 적절한 방향으로 수정하겠다고 박물관은 밝혔다. 이런 몇 가지 경우를 제외한다면 국립중앙박물관은 현재까지 대체로 순항하고 있다는 평가다. 개관 초기 관람객이 폭주할 것에 대비해 하루 1만8천여명의 관람인원 제한 조치를 뒀던 박물관은 지금도 안전사고 예방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언론, 네티즌,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반영해 박물관 내부 난간 3층에 그물망 설치를 고려하고 있다. 눈이 내릴 경우 박물관 입구에 미끄럼 방지를 위한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또한 관람객의 만족과 전시 개선 방향 등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한국 문화재의 보고(寶庫) 국립중앙박물관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료로 전환되는 내년부터 박물관은 어떤 모습으로 관람객들을 새롭게 맞이할 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yongl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