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테크 A to Z] (10) 펀드상품도 글로벌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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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유통회사에 다니는 김정선씨(34·서울 서초동)는 지난 5월 적금을 부어 마련한 목돈 3000만원을 미국 메릴린치증권 계열에서 운용하는 '월드에너지펀드'에 투자했다.
치솟는 기름값 등을 고려할 때 에너지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가 장기적으로 괜찮을 것으로 판단해서다.
현재 투자수익률이 30%를 웃돈다는 김씨는 앞으로 주가가 다소 하락해도 국내 금리 수준을 웃도는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
그는 국내 주식형펀드에도 매달 50만원씩 붓고 있다.
해외펀드는 한때 부자들만의 재테크 수단으로 간주돼 왔다.
하지만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에서도 가입할 수 있는 등 투자 여건이 과거에 비해 훨씬 손쉬워지면서 김씨와 같은 샐러리맨들의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올 들어 불고 있는 펀드 대중화 바람이 투자대상을 국내주식에서 중국 인도 동유럽 등 외국주식으로 확대한 결과이기도 하다.
◆펀드 3개 중 1개는 해외투자
해외 펀드 투자액은 10월 말 현재 14조원을 넘어섰다.
피델리티 메릴린치 슈로더 등 세계적인 자산운용사들이 해외에서 운용하는 뮤추얼펀드에 은행 창구 등을 통해 국내 고객이 직접 투자한 돈은 7조원,국내 자산운용사들이 고객 돈을 모아 해외펀드에 투자하는 이른바 펀드오브펀드(해외투자펀드)에 적립된 잔액이 7조원 이상이다.
지난해 말 대비 100% 가까이 급증했다.
실제 개별 은행들의 해외펀드 판매잔액은 국민은행이 지난해 말 3200억원 수준에서 최근 1조1000억원대로,외환은행도 1000억원 수준에서 2400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전체 펀드 판매액에서 해외펀드가 차지하는 비율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월별 국내펀드 대 해외펀드 판매비율이 연초 9 대 1 정도에서 9월 말에는 6 대 4 수준까지 올라갔다.
박형욱 씨티은행 웰스매니지먼트본부 과장은 "해외펀드는 전통적으로 부유층 고객이 분산 투자 차원에서 관심을 가졌으나 최근 들어서는 일반 고객들이 대안투자상품으로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넓고,더 다양한 투자 기회
해외펀드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이유는 보다 다양한 자산운용 수단을 가지려는 투자자들의 욕구가 커졌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올 들어 증시 활황에 힘입어 한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670조원 수준으로 확대됐지만 세계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2% 수준에 불과하다.
98% 이상의 넓은 시장이 바깥에 존재하는 만큼 더넓은 시장을 찾아 돈이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다.
시장이 큰 만큼 안정성을 추구하고 투자자와 수익성을 좇는 투자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이 구비돼 있다는 점도 해외펀드가 갖고 있는 강점이다.
안정성 측면에서 볼 때 지난 88년부터 올 8월까지 전 세계 종합주가지수(MSCI 월드인덱스 기준)와 한국 코스피지수(종합주가지수)의 변동성은 각각 4.0%와 9.4%로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투자했을 경우 수익률 변동폭이 그만큼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에서도 최근 인도 브라질 등 BRICs와 동유럽,라틴아메리카 시장 등 개도국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이 6개월 기준으로 30%를 웃돌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 못지않은 수익을 냈다.
최근엔 일본 펀드수익률이 높다.
은행 등 판매회사들이 목돈이 아니라 매달 일정액을 적립식으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는 것도 해외펀드 대중화를 앞당기는 요인이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