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정시 퇴근제‥박경미 <휴잇어소시어츠 한국대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박경미 < 휴잇어소시어츠 한국 대표 kris.park@hewitt.com >
'우리은행'이 '오후 6시30분 퇴근제'를 시범 실시하기 시작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은행은 일부 지원부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효율적으로 일하고, 빨리 가서, 즐기자'는 기치 아래 정시퇴근제를 실시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불어닥친 구조조정 바람과 경쟁 심화로 인해 금융업계의 근무 강도가 전반적으로 강화되었고, 기업 내부에서는 직원수는 줄어든 반면 업무량은 늘었다고 느끼는 것 같다.
나는,이 은행이 "그러나 근무 집중도를 높이고 여가시간을 통한 직원의 자기계발과 휴식을 위해서는 정시퇴근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도입했다"라고 인터뷰한 부분에 관심이 간다.
이것이 잘 시행된다면 참 바람직하겠다.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의 일하는 방식은 많이 다르다.
문화적인 차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오랜 습관이기 때문에 좋다 나쁘다 말할 수는 없겠다.
외국기업은 근무시간 내에 업무의 집중도가 높고 늘 일의 성과,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워킹 런치는 차라리 식상하고, 아예 점심을 먹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8시간 근무하고 퇴근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한 우리 기업의 일하는 방식과 사뭇 다르다.
점심시간도 네트워킹의 한 채널이기 때문에 한 시간을 넘기는 경우도 많다.
목적이 불분명한 방문, 각종 미팅도 내 편에서 다급하게 끝내지 않는 것이 미덕이다.
그러다보니 퇴근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내 업무에 집중할 시간이 주어진다고 말하는 사람도 꽤 있다.
"위기의 극복은 바보라도 한다.
그러나 반복되는 일상이 당신을 죽음으로 몰아가는데, 당신은 이를 어떻게 하겠는가?"
오래 전에 어디선가 들은 말이다.
당시 이 말을 인용했던 배경은 직업 문제였던 것 같다.
여러가지 면에서 객관적으로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던 어떤 사람이 어느 순간 현실에 안주하는 자신을 바라보게 되었고,자기가 정말 원하는 일이 이것이었던가 생각하게 된다.
매너리즘에 빠져,하루 하루를 남들과 똑같이 '열심히' 시간을 죽이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참 열심히 일하고 빠르게 살고 있다.
밤이나 낮이나 모든 것이 전 세계적으로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다.
사람들은 24시간 깨어있고, 어떤 직장에서는 탄력근무시간제(flexible working hours)를 적용하여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다.
하지만 매일 밤 늦게까지 일한 사람이 다음 날 아침 말짱한 정신으로 출근해 제대로 일할 수 있을까?
직장인들의 건강 검진 결과를 보면,모두들 특별한 이상은 없었으나 약간씩 과체중에 운동 부족 등의 증상이 적혀 있고,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이 꼭 필요하다고 적혀 있다.
너무 늦기 전에,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숨을 고르자, 그리고 운동을 하자.가족과 함께 산책을 하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