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새로 도입되는 퇴직연금 시장을 놓고 보험 은행 증권 등 금융회사들이 치열한 선점경쟁을 벌이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내년에만 20조원 내지 2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 등 선진국 사례에서 보듯 퇴직연금 시장은 인구고령화와 맞물려 매년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기업대상 설명회 개최,시스템 구축,전문가 영입,상품 개발 등을 통해 퇴직연금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현재 보험사 20개,은행 13개,증권사 10개 등 모두 43개 금융회사들이 금융감독원에 퇴직연금 사업자 등록을 신청했다.


금감위는 다음 달 9일 정례회의를 열고 등록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금융회사들은 사업승인이 나면 내달 중하순께부터 퇴직연금 상품을 내놓을 방침이다.


◆보험사 "우리가 강자"


지난해 퇴직보험·신탁 시장규모는 19조4000억원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생명보험회사는 14조7000억원으로 76%를 차지했다.


손해보험회사는 1조5000억원으로 8%의 시장점유율을 나타냈다.


보험사들은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이 같은 점유율을 유지하겠다며 다각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


삼성생명 등 보험사들은 기업체들을 일일이 방문하며 퇴직연금 컨설팅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거래기업들을 초청한 대규모 설명회를 통해 퇴직연금을 도입할 때의 고려사항,도입절차,구체적인 상품 등을 설명·소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으로부터 퇴직연금 전문가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미국 기업연금 분야에서 16년간 근무했으며 한국인으로선 유일하게 미국보험계리사협회 연금분야 정회원인 박진호씨(40)를 퇴직연금 담당 상무로 데려왔다.


보험사들은 또 퇴직연금의 기본 인프라인 시스템도 활발히 구축하고 있다.


대한생명과 흥국생명 미래에셋생명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 12개 보험사들은 보험개발원을 간사로 해 전산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마케팅 공세 펴는 은행권


국민은행은 지난 10일 서울·경인지역의 거래기업 임원 200여명을 대상으로 퇴직연금 설명회를 실시한데 이어 지난 14일부터는 대전 대구 광주 부산 등을 돌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앞서 8명의 전문인력으로 연금사업파트를 구성하고 일본의 일본생명 도쿄미쓰비씨은행과 미국의 피델리티 등을 돌며 해외 벤치마킹을 마쳤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7일 조선호텔에서 주요기업 관계자 200여명을 초청한 가운데 대규모 퇴직연금 설명회를 연데 이어 전국 주요 공업단지를 순회하며 연일 기업체공동 설명회를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미국의 인적자원관리(HR) 전문 컨설팅전문회사인 휴잇 어소시에이츠와 업무제휴 계약을 맺기도 했다.


신한금융그룹도 지난 11일 위더스 노무법인 및 한국외국기업협회와 손잡고 외투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퇴직연금 설명회를 열었다.


하나은행은 대한투자신탁과 하나생명 하나증권 등 하나금융그룹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고객기업에 맞춘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는 데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은행은 최근 전 지역본부에 퇴직연금 마케팅 전담인력을 배치한데 이어 국제적 연금컨설팅사와의 업무제휴도 추진 중이다.


◆새로운 기회 찾는 증권사


일단 은행이나 보험에 비해 투자 상품을 다뤄본 경험이 풍부하다는 게 증권사들이 내세우는 최대 강점이다.


증권사들은 이 같은 노하우를 살려 실적배당형인 확정기여형(DC형)에 주력,퇴직연금 시장의 10~20% 정도를 장악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38개 국내 증권사 중 삼성 우리투자 대우 현대 굿모닝신한 교보 한국투자 미래에셋 대신 동양종금 등 10개사가 이미 금융감독원에 사업자 사전등록 신청서를 냈다.


은행 계열인 우리투자(우리은행) 굿모닝신한(신한,조흥은행) 대우(산업은행),보험사를 끼고 있는 삼성(삼성생명,삼성화재) 교보(교보생명) 등은 계열사와의 '공동영업'에 적잖이 기대를 걸고 있다.


이성태·유병연·주용석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