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남미 대륙에 좌파 정권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또 향후 13개월 이내에 남미 11개국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개최될 예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세계은행의 '2006년 기업환경(Doing Business in 2006)' 보고서는 주목을 끌 만하다. 해마다 출간되는 이 보고서는 전 세계 155개국의 정부 규제와 재산권 보호 등에 대한 종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남미 국가들은 스스로 '자유 시장경제 모델'을 추구해 왔다고 주장해 왔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일관된 입장이다. 시장경제 수준에서 남미는 아시아나 동유럽 국가들에 뒤지고 일부는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못하다는 평가도 내려졌다. 세계은행 보고서와 유사한 주장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0년 전 페루의 유명한 경제학자 에르난도 데 소토(Hernando de Soto)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소토는 "독재정권의 경제 정책이 바뀌지 않는다면 남미 경제는 파멸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며 경제개혁을 촉구했었다. 하지만 지금도 남미에서는 독재정권이 건재하고 중산층의 미국 이민 물결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남미 국가들은 지난 20년을 허송세월로 낭비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멕시코의 사례를 보자.멕시코 경제는 여전히 잠재성장률 수준에 크게 못미치는 성적을 내고 있을 뿐이다. 기업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바뀌는 경제정책에 혼란스럽기만 하고 다양한 재산권 침해 사건이 발생하면서 투자에도 소극적이다. 노동의 유연성에서도 멕시코는 전세계 155개국 중 125위로 최하위권이다. 종업원 해고시 75주분 임금을 제공해야 하는 등 멕시코내 해고 절차는 너무도 복잡하다. 투자자 보호 순위에서도 멕시코는 125위에 머물러 있다. 상황이 좀 낫다는 칠레도 '시장경제 순위'에서는 말레이시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등 동남아 및 동유럽 국가들보다 뒤처진다. 남미 대륙 국민들이 여전히 가난한 이유 중에는 보다 과감한 경제 개혁을 방해하는 외부요인도 작용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미국국제개발처(USAID) 세계은행 등이 차관 형식으로 남미 독재정권들을 간접 지원하고 있어 이 지역에 시장경제가 발전하기 어렵도록 만드는 것도 남미가 가난한 원인 중 하나라고 세계은행 보고서는 주장했다. 선진국 정부들은 자국내 환경ㆍ노동 관련 시민단체들의 압력에 굴복,남미 대륙의 정치 엘리트들이 '사회적 정의(social justice)'라는 명목으로 각종 규제를 만들고 있는 사실을 눈감아 주고 있다. 남미의 정치 엘리트들은 환경과 노동권을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기업가의 창의성을 억누르고,그 결과 대다수 국민들은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미의 경제 개혁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고 있음을 정책 당국자들은 깊이 깨닫기 바란다. 정리=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 ◇이 글은 월스트리트저널 논설위원인 메리 아나스타시아 오그라디의 'Why Latin Nations Are Poor'란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