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는 부족해도 판매업부터 시작해 조선시장을 잘 알고 있는 데다 뛰어난 기술과 영업망을 갖추고 있어 지원만하면 무조건 성공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안화수 부산은행 모라동기업고객 지점장은 10년 전 선박엔진용 유압기계를 생산하는 부산 사상구 모라동 소재 한미유압기계를 지원할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안 지점장의 판단은 100% 적중했다. 이후에도 3∼4차례 추가지원을 통해 은행과 기업의 동반 성장협력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다. 한미유압기계의 전영근 대표(57)가 이 사업에 뛰어든 것은 20년 전인 1985년이었다. 중소유압회사에서 일하다 조선업의 가능성을 보고 단돈 100여만원의 퇴직금을 종자돈삼아 유압제품 판매회사를 시작하면서 동시에 제품 개발에도 들어갔다. 하지만 담보도 없는 데다 은행 문턱이 높아 시설자금을 빌리는 것은 아예 생각조차 못해 제품생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전 사장은 기술력을 앞세워 95년 부산은행 모라동 기업고객지점의 문을 두드렸다. 부산은행은 이 회사의 기업가치를 평가한 결과 기술력이 뛰어나 설비 및 운영자금만 빌려주면 성장할 것으로 판단해 흔쾌히 3억여원을 지원했다. 전 대표는 은행의 지원에 힘을 얻어 제조공장을 설립하고 생산공정을 구축했다. 기술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제품만이 살아날 수 있다는 생각에 펌프 밸브테스트장비 엔진진동감시장치 등 엔진 관련 제품 100여종을 개발했다. 외국산보다 30% 이상 가격이 싼 이 제품들은 국내시장의 7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전 대표는 2003년 초 부산은행을 다시 찾아 500평 규모의 공장신설 및 시설자금 11억원을 요청했다. 부산은행은 대출 금액이 회사 규모에 비해 조금 많은 편이었으나 회사가 성장의 토대를 튼튼하게 마련한 데다 신뢰성과 성장가능성이 높다고 판단,즉석에서 오케이했다. 한미유압기계는 현재 현대중공업 HSD엔진 STX조선 등으로부터 물량을 대거 수주하고 있으며 일본 수출길도 뚫었다. 최근 바이어를 통해 중국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이 덕택에 2003년 50억여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70여억원에 이어 올해 100억원,내년에는 13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회사측은 보고 있다. 전 대표는 부산은행의 도움을 잊지 않고 있다. 부산은행 모라동 기업고객지점과 거래하는 기업들과 함께 만든 '부모회'의 회장직과 이업종 교류회를 주도,경영과 기술노하우 공유는 물론 봉사활동에도 열성적으로 나서고 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