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悳煥 < 서강대 교수 ·과학커뮤니케이션 >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현대사회에서 인적 자원의 효율적인 육성과 관리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인적 자원 관리의 핵심은 초ㆍ중ㆍ고와 대학을 포함한 공교육이다. 정부는 공교육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하고, 학생들은 그런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또 학생들의 반응은 장기간에 걸쳐 축적되면서 정책의 성패를 결정한다. 학생들의 반응이 당초 기대했던 정책 의도와 전혀 다른 경우도 생긴다. 새로운 교육 정책으로 나타나는 변화는 아무리 작더라도 세심하게 살펴서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공계 위기의 경우처럼 사태가 돌이키기 어려운 지경에 다다른 후에야 허둥거려서는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가 없다. 요즘 상위권 대학 신입생 중에서 성적이 우수한 남학생을 찾아보기 어렵다. 여학생 비율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느 상위권 대학의 경우 30%였던 전체 신입생 중 여학생 비율이 5년 만에 40%로 늘어났다. 10년 전에는 20%였고, 20년 전에는 17%였다. 최근 들어 여학생 비율의 증가가 급격하게 빨라지고 있는 셈이다. 전통적으로 여학생 비율이 높았던 문학부를 제외하면 증가 속도는 더욱 놀랍다. 학부별로는 여학생 비율이 5년 전보다 50% 이상 늘어난 경우도 많다.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더 많은 학부도 늘어났다. 여학생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공학부도 달라지고 있다. 여자대학에서도 공학부를 운영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모든 대학에서 똑같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 통계 자료에 따르면 신입생 중 여학생 비율은 45%에서 47% 수준으로 지난 5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 지역에 따라 약간의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특별한 변화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물론 같은 기간 수능 응시자의 성비(性比)도 일정했다. 다시 말해 전체적인 대학 합격률에서는 남녀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결국 대학에 들어가는 여학생의 수는 일정하지만,여학생의 성적이 남학생보다 급격하게 좋아지고 있는 셈이다. 아무래도 남녀의 근원적인 능력 차이가 아니라 고등학교 교육 및 대학입시제도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고등학교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남녀 공학으로 운영되는 고등학교에서 여학생의 성적이 월등하게 높은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심지어 최상위권 학생 중에서 남학생의 비율이 20%도 안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결국 상위권 대학이 여학생들에게 유리한 내신을 중시하는 수시 모집을 확대한 것이 여학생 비율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인 셈이다. 물론 지금까지 남학생의 성적이 높을 것이라는 사회적 통념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남녀 공학에서 남학생들의 내신이 떨어지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 아니면 내신 평가의 구조적 특성 때문인지를 분명하게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대학 입시에서 내신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여학생들의 약진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물론 그런 변화를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성적이 반드시 좋아야 할 이유도 없고,그럴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이는 고등학교에서 활용하고 있는 내신 평가에 내재된 특성 때문일 수도 있다. 그 원인이 무엇이든지 상관없이 만약 지금과 같은 추세가 더욱 가속화된다면 기존의 남성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그런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어쨌든 우리 아이들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사회에서 살게 될 것이라면 미리부터 철저하게 준비를 시켜주는 것이 기성 세대의 책임이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밀어닥치는 변화는 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소모적 갈등의 원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