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 간만의 차가 무려 9.3m인 서해 앞바다. 그 위를 무게 2500t,높이 22m짜리(10층짜리 30평 아파트 1개동 규모) 케이슨(초대형 콘크리트 상자) 2개를 실은 바지선이 서서히 떠간다. 일정 수면에 도달하자 바지선과 케이슨이 함께 가라앉는다. 적당한 수심에 다다른 바지선은 다시 물 위로 떠오르고 케이슨 2개가 동시에 바다 속으로 투하된다. 국내에선 처음 적용되는 첨단 공법이다. 조수 간만의 차가 큰 만큼 난공사다. 수중에 일렬로 투하돼 배치되는 케이슨은 배를 댈 부두 안벽의 모습을 점점 갖춰가고 있었다. 28일 흐린 날씨 속에 충남 당진군 송산면 동곡리 323 공유수면 위에서는 현대INI스틸의 당진공장(옛 한보철강) 전용부두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시공은 현대·기아자동차그룹 계열 건설회사인 엠코가 맡고 있다. 현대INI스틸이 오는 2011년 완공하는 일관제철소와 내년에 정상 가동하는 B열연공장에 사용할 철광석 유연탄 슬래브 등의 철강 원자재를 들여오고 철강 완제품을 실어낼 항만을 조성하는 공사다. 현대INI스틸의 당진항은 3만t,5만t,10만t,20만t급 규모의 화물선 4척을 동시 접안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2008년 12월까지 약 2800억원을 투입해 공사를 완료하면 부두 총길이가 1260m에 달하는 위용을 자랑하게 된다. 육지에서 바다쪽으로 긴 곳은 400m,짧은 곳은 140m를 매립해 10만4000평의 부두를 건설할 예정이다. 최대 25만t급의 선박까지 댈 수 있어 접안 선박 규모 기준으로는 국내 최대 항만이다. 부산 신항만의 경우 5만∼7만t급, 광양항은 20만t급이다. 엠코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공사는 우선 3만t급과 5만t급 선박을 접안할 부두를 만드는 작업으로 지난 4월 착공해 내년 10월 완료한다는 목표다. 최정봉 엠코 현장소장은 "동해의 경우 조수 간만차가 1.5∼2m 불과하나 서해는 9.3m로 노르웨이 해안의 9.5m에 이어 세계 2위"라며 "이 때문에 물때를 이용해 주간 8시간,야간 6시간 등 하루 14시간만 공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 난공사는 초대형 케이슨을 바다 바닥에 안정적으로 앉히는 작업.케이슨이 위치할 해저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바다 바닥을 최대 9m나 파 낸다. 파낸 곳에 자갈을 투하하면 해군 특수부대(UDT) 출신 잠수부 8명이 수심 25∼30m까지 잠수해 자갈을 일일이 손으로 고르는 작업을 한다. 해저 기반이 마련되면 바지선으로 초대형 케이슨을 두개씩 동시에 바다에 투하,안벽을 건설하고 있다. 이 공법은 엠코가 국내 처음으로 적용하고 있다. 통상 바지선으로 케이슨 1개를 투하하는 기존 공법보다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당진항은 앞으로 부두 완공시까지 모두 73개의 케이슨을 가라앉혀 안벽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엠코는 현대INI스틸 당진공장에서 기존 설비를 해체하면서 발생한 폐콘크리트 등을 모두 케이슨의 속채움용 골재로 활용하고 있다. 첨단·친환경 공법이 적용되는 현장이어서인지 국내 토목학계와 연구생들의 견학이 줄을 잇고 있다. 당진=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