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은행 '떼거리 행동' 비판.."툭하면 상품 모방..이게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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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시중은행들의 '떼거리 행동(herd behavior)'이 국가 경제의 균형 발전 및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 주목된다.
은행들이 서로 영업전략을 모방해 손쉬운 가계대출에만 열을 올리고 중소기업 대출에는 인색해 시중 자금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은은 28일 '은행의 자산운용 행태 변화와 향후 과제'란 보고서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학계나 경제연구소가 은행들의 영업 행태를 종종 비판하긴 했으나 중앙은행인 한은이 이처럼 쓴 소리를 쏟아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가계대출 비중 3배 증가
한은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올 상반기까지 은행들의 자산운용 행태는 '안전성·수익성 추구를 위한 떼거리 행동'으로 요약된다.
단적으로 은행들의 가계대출 비중(은행 총자산 대비)은 1998년 말 11.0%에서 올 6월 말에는 32.1%로 3배 가까이 높아졌다.
반면 기업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37.8%→31.9%) 오히려 낮아졌다.
특히 2001년 이후에는 기업대출 증가율이 가계대출 증가율보다 높은 은행이 단 한 곳도 없을 정도로 모든 은행이 가계대출 확대에 열을 올리는 '떼거리 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
주택담보 대출 같은 담보부 대출 비중은 1998년 말 36.9%에서 올해 6월 말 48.7%로 크게 높아졌다.
이에 반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에는 갈수록 인색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만기 축소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은행들의 가계 및 대기업 대출 만기는 2000년 말 15.1개월에서 올해 6월 말에는 20.2개월로 평균 만기가 늘어난 반면 중소기업 대출 만기(12.7개월→10.1개월)는 같은 기간 오히려 줄었다.
◆'부메랑 효과' 경계해야
은행들의 이 같은 영업 행태가 개별은행의 단기적인 경영목표에는 부합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경제의 성장잠재력 하락은 물론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저해해 결국 은행의 건전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부메랑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따라서 은행들은 우선 각각의 영업 특성에 기초해 비교우위 분야에 주력하는 방식으로 전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예컨대 자금여력이 있는 대형 은행들은 투자은행 및 국제금융 업무를 적극 확대하고,중소형 은행은 지역적 밀착 관계를 활용해 중소기업 대출 및 소매금융 서비스에 특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기업대출 확대를 위해서는 대출심사 인력의 전문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에서 신용위험을 따로 떼어내 제3의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합성 대출채권담보부 증권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이 경우 중소기업 대출에 따른 위험을 은행과 제3의 투자자가 나눠 부담함으로써 은행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한은은 전망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