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5년에 시작해 130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퇴직연금은 1974년 근로자퇴직소득보장법(ERISA)제정에 의해 DB제도가 확립되고 1985년 401(k)의 출현으로 DC제도가 활성화되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DB형은 근속연수에 일정금액을 곱하는 간단한 계산식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지금은 연금지급액 계산방식이 다양해지고 다른 회사에 비해 더 좋은 연금제도를 도입하려는 경쟁이 촉진되면서 부담금 산출,적립금의 적정성 검증 등 제도운영이 복잡하고,관리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문제가 생겨났다. 그 결과 많은 기업들이 DC형으로 전환하게 됐다. DC형 제도는 1990년대부터 DB형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활용됐지만 2000년 3월 이후 증시폭락으로 가입자 은퇴자금이 절반으로 감소하는 등 은퇴를 앞둔 근로자에게 심각한 타격이 되고 있음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가 배울 점이 많다. 첫째는 종업원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다. 퇴직연금이 지나치게 투자성향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곤란하다. 안정적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하고 이런 면에서 국내 기업연금의 위험자산 분류와 운용한도를 정한 것은 잘한 일이다. 두 번째는 장기적으로 근로자의 수급권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는 연금지급보증공사(PBGC)와 같은 기구가 있어 기업이 도산했을 때 근로자의 퇴직연금 지급을 보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특히 DB 제도를 운영하는 기업이 도산했을 때는 임금채권보장법에 의한 일부 보장 외에는 구제방법이 없다. 세 번째는 DB형 제도에 있어 OECD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연금계리방식의 도입이다. 이는 종업원의 퇴직금 규모를 사전에 예측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기업의 부담금을 평준화해 적립하는 방식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DB형은 회사 폐업을 가정해 일시에 지급해야 할 퇴직금 추계액을 적립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의 부담이 급증,장기적인 제도운용에 큰 장애요소로 부각될 수 있다. 삼성생명 기업연금컨설팅팀 이승민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