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모프 게이트'가 미국 워싱턴 정가를 뒤흔들고 있다. 공화당계 로비스트인 잭 아브라모프가 로비과정에서 의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했는지에 대한 미 법무부의 조사가 확대되면서 지난 25일부터 아브라모프가 미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일부 언론은 "아브라모프 게이트가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공화당의 도덕적 기반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 법무부는 아브라모프가 의원과 의원 보좌관들에게 선거자금,식사,여행,운동경기 입장권 제공 등의 방식으로 불법 뇌물을 제공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전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인 톰 딜레이 의원이 아브라모프의 주선으로 규정을 벗어난 해외여행을 다녀온 혐의로 조사받고 있는 것을 비롯 전·현직 의원 및 보좌관 17명과 행정부 관리 2명이 조사리스트에 올라있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아브라모프가 2003년 아프리카 가봉의 오마르 봉고 대통령으로부터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회담을 주선하는 대가로 900만달러를 받았다는 혐의 내용이다. 이처럼 외국 유명인사들까지 앞다퉈 아브라모프의 로비 고객이 될 정도로 그가 워싱턴 정가에서 '로비의 제왕'으로 명성을 얻은 것은 백악관과 행정부,의회 등 곳곳에 지인들이 많아 "마음만 먹으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할 정도로 뛰어난 정치적 수완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아브라모프는 로비스트들이 몰려 있는 워싱턴 시내 'K 스트리트'에서도 가장 잘 나가는 마당발로 인정받아 "어려운 일이 있으면 아브라모프에게 물어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였다. 부시 정권의 최대 실세인 칼 로브 백악관 부비서실장,공화당의 자금줄을 쥐고 흔들었던 딜레이 의원과 끈이 닿아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기 때문이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