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9월,한국기원에서는 '바둑을 체육으로 전환시키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였다. 그런데 예상을 뒤엎고 불과 보름 만에 서명은 완료됐다. 이를 계기로 대한체육회는 다음 해 바둑을 스포츠로 인정했고, 바둑기사들의 호칭도 운동선수처럼 선수로 바뀌었음은 물론이다. "바둑이 스포츠인가?" 지금도 계속되는 논쟁이다. 특히 체육계에서는 이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스포츠란 근육과 골격운동을 중심으로 그 안에 '경쟁'과 '유희성'이 있어야 하는데,바둑의 경우는 두뇌운동에 의한 합리적 선택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두뇌 스포츠는 시기상조라는 얘기인 셈이다. 이를 두고 바둑계에서는 스포츠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스포츠의 신체동작은 정신과 분리되기는커녕 오히려 고도의 정신기능과 결합되어 나타난다는 것이다. 정신(心)과 육체(身)를 분리하지 않고 하나로 본다는 얘기다. 양궁이나 사격에서 강인한 정신력이 더욱 강조되고,축구와 농구선수가 머릿속으로 거리를 계산하면서 볼을 차고 던지는 것 등이 그렇다고 한다. 정신작용이 없다면 로봇에 다름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두뇌게임의 일종인 '브리지'를 이미 겨울올림픽 시범종목으로 지정했고,바둑과 체스의 경우도 요건이 충족되면 올림픽종목에 넣을 수 있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현재 국가별 바둑협회가 66개에 달해 오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정식정목으로 채택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한다. 지난주 '대한바둑협회'가 창립되면서 '바둑은 곧 스포츠'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협회는 12월 중순에 열리는 대한체육회이사회에 준가맹단체 신청서도 제출해 스포츠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할 것이라고 한다. 세계 최강의 바둑실력을 자랑하면서 바둑인구만도 1000만명에 육박하는 한국이 두뇌 스포츠의 강자로 부상할 날도 멀지않은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