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ㆍ31 부동산 입법을 둘러싼 여야간 힘겨루기가 점입가경이다.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 등을 놓고 티격태격해 왔던 여야가 "부동산 정책이 후퇴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일부 시민단체의 비판과 언론 보도를 기다렸다는 듯이 네탓 공방에 올인하고 있는 것이다. 여당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동산 정책을 자랑해온 여당 당직자들이 문제가 불거지자 총출동해 비난의 화살을 야당에 돌렸다. 원혜영 정책위 의장 등이 기자회견을 자청,"조세법안 등 재정경제위 소위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종부세법 자체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식"이라며 "한나라당은 국회서 논의가 시작되면서 시장 안정에 전혀 관심이 없거나 투기를 유발시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집값 12억원 이상의 노인들에게 종부세를 부과하면 생활이 어렵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얘기를 한다"고 성토했다. 이에 질세라 한나라당도 '적반하장'이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혜훈 제3정조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은 8월에 부동산대책을 국회에 제출해놓고 있는데 여당은 9월 말에야 입법안을 내고 아무 이유없이 언론플레이를 해가며 시간을 허비했고 이제 와서 책임을 한나라당에 전가하려 한다"면서 "입법 의지는 있는 것이냐"고 공박했다. 이 의원은 "합산과세에 대한 위헌판결이 난 마당에 합산과세시 예외조항을 두지 않기로 한 것은 합산과세를 법제화할 의사가 없다는 것에 다름아니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부동산 정책이 후퇴조짐을 보이는 것이나 8ㆍ31 부동산 종합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여전히 불안한 보습을 보이는 것은 전적으로 상대당에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잘못한 게 전혀 없다"는 식이다. 기본시설부담금 완화 결정이 '개혁 후퇴'라는 비판을 자초했는데도 야당만 걸고 넘어지는 여당이나 당론이 일찌감치 확정됐는데도 개별 의원들이 당론과 다른 얘기를 해 혼선을 초래한 야당이나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여야 모두 반성하는 자세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잘되면 내 덕이고 잘못되면 네 탓이다"라는 시정 잡배들이나 할 법한 얘기가 국회에서 버젓이 행해지는 게 바로 '4류'얘기를 듣는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이재창 정치부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