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감성과 개성의 시대에 디자인은 제품의 가치를 혁신하는 핵심요소다.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 간에 펼쳐지는 치열한 경쟁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 중심에는 가격경쟁력이나 품질이 아닌 디자인이 자리잡고 있다. 최근 끝없는 추락을 거듭한 GM(제너럴모터스)의 사례를 보자.미국 내 경제평론가들이 과다한 복지비용 등 구조적인 문제에서 원인을 찾고 있지만 실은 디자인 낙후에 따른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매출액이 계속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GM이 디자인 개발에 소홀한 동안 일본의 도요타는 미국 시장에서 30%이상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디자인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비즈니스위크 최신호는 중국의 대표적 기업들이 최근 디자인 인력을 대폭 늘리고 자체 디자인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디자인 차별화로 글로벌 기업으로 부상한 '한국기업' 배우기에 한창이라고 한다. 중국마저 디자인 경쟁에 나섬으로써 디자인에 대한 각 국가와 기업의 관심은 소리 없는 전쟁을 방불케 한다. 이런 디자인 중심 시대에 한국의 디자인은 세계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소비자 가전전시회 'CES 2006'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최다 수상기록인 20여개의 제품에 대해 혁신상을 수상한다는 소식이다. 더욱이 세계 시장에서 거둔 이 같은 성과가 대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데 더 큰 의의가 있다. 휴대폰 MP3플레이어 등 중소기업들의 디자인 성공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유명 디자인상 하나를 타기위해 노심초사하던 한국 기업들이 이제 디자인 분야에서 세계적인 트렌드를 선도하기 시작했다는 데에 큰 이견이 없을 듯하다. 선진국을 보면 디자인 분야에서도 앞서간다. 디자인 종주국으로 불리는 영국은 디자인을 국가적인 아젠다로 다루고 있다. 영국 경제에서 디자인으로 대표되는 창조산업은 가장 성공적이고 성장속도가 빠른 산업으로 자리 잡았으며 지난 10년 사이 규모가 두 배나 성장했다. 일본의 경우에도 기업들은 최근까지 장기불황에 시달리며 힘든 모습을 보였지만 사실은 내부적으로 디자인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등 새로운 부가가치를 찾기 위해 노심초사했다. 특히 한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풍부한 디자인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동차 IT 가전 등 양질의 산업 기반을 보유하고 있어 디자인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디자인의 역할이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뿐만 아니라 공공분야 등 국가의 디자인 정체성을 만드는 분야로까지 확산되고 있어 한국의 디자인 미래는 매우 밝다고 하겠다. 과거 영국이 산업혁명을 통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했듯이 디자인으로 세계 경제·문화를 리드하는 '제2의 산업혁명'이 한국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