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계가 반(反) 테러법인 '애국법'을 연장하려는 부시 행정부의 계획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재계는 기업의 비밀정보가 쉽게 유출될 수 있는 애국법의 몇몇 조항을 개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 상공회의소 전국제조업협회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 등 6개 경제단체는 최근 미국 상원 법사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애국법상의 몇몇 조항으로 인해 기업의 비밀사항이 너무 쉽게 유출되고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법 조항을 개정해 달라"고 건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8일 보도했다. 이들 단체는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해 애국법을 연장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의 비밀 정보가 유출될 수 있는 법 조항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론 정부의 '기업비밀자료 열람권'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요구하는 자료는 모두 제출해야 하다보니 고객과 직원들의 신상정보와 기업 거래내용 등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고 자료 관리 및 준비에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는 등의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재계는 따라서 고객과 거래처,직원들에 대한 정부의 자료요청을 제한하되 자료제출을 요청할 경우 사유 입증책임을 정부에 부과하는 내용 등이 새 애국법에 포함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재계는 애국법 연장에 반발하고 있는 미국시민자유연맹과 연대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재계가 애국법 조항에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섬에 따라 애국법 연장법안의 의회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아울러 그동안 가장 강력한 우군이었던 재계의 반발에 직면한 부시행정부와 공화당은 상당히 당혹스런 상황에 처했다고 덧붙였다. 애국법이란 국가테러를 예방하기 위해 9·11테러 직후 제정된 법률이다. 올해 말로 만료되지만 미국 정부는 이를 연장키로 했으며 의회도 애국법 연장에 합의한 상태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