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내달 시행] (下) 기업들 어떻게 준비하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글쎄요…고민 좀 해야겠습니다."
퇴직연금제에 대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주요 대기업들은 이같이 반응했다.
퇴직연금제가 도입,정착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시행 여부,도입형태,범위 등 아무것도 확정한 게 없다고 밝혔다.
대형 사업장이다 보니 이해 관계자가 많아 결정하기 쉽지 않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LG전자 역시 장기적으로는 도입한다는 계획이나 현재로서는 퇴직연금제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있는 정도다.
현대차는 내년 초 신임 노조 집행부가 들어서는 탓에 당장 퇴직연금제 관련 논의를 진행할 수 없는 처지다.
현대중공업에선 "도입이 의무는 아닌 만큼 다른 기업의 동향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는 게 회사측의 입장이다.
반면 노조측은 "전체 노조원을 이해시키는 작업을 거치는 등 12월 말까지 장단점을 면밀히 연구해 내년 초께 도입 여부와 도입 형태를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퇴직보험제를 운영 중인 포스코도 곧바로 퇴직연금제로 전환할 필요성을 못느끼고 있다.
2010년까지 유효한 기존 퇴직보험제가 퇴직연금제의 확정급여형과 유사해 전환 여부를 검토할 시간이 많다는 것.중견기업인 한국도자기는 퇴직연금제로 바꾸려면 노사합의를 거쳐야 하기에 당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자금운용 사정이 빠듯한데 퇴직연금제를 도입하면 기존 퇴직금제와 달리 필수적으로 자금을 외부에 맡겨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본다"면서 "당분간은 기존 퇴직금제를 유지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손비인정 등 세제지원 많아야지요."
기업들이 퇴직연금제로 전환하기 위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법인세상의 손비 인정 등 정부의 다양한 세제지원과 범위.확정급여형의 경우 최소한 60% 이상을 손비인정받아야 전환에 따른 인센티브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기존 퇴직보험제도 퇴직충당금 중 최대 60%를 보험사에 위탁하면 이에 대해 전액 손비로 인정해 주고 있으나 실제 자금부족으로 60%를 맡기는 기업들이 드물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기존 제도와 연계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기업들은 퇴직연금 충당금 중 일정비율을 외부 운용사에 맡겨야 하는 확정급여(DB)형이든,아니면 전액을 외부에 맡겨야 하는 확정기여(DC)형이든 실질적인 자금이 들어가는 까닭에 국민연금이나 고용보험에 대한 기업들의 기존 부담금을 줄여주면서 퇴직연금제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
한 대기업 관계자는 "고령화에 대비한 근로자들의 노후소득을 보장하려는 취지는 이해하나 정부가 기존 퇴직금제의 손비인정 범위를 축소할 것이란 얘기도 있어 퇴직연금제로의 전환을 사실상 압박한다는 시각이 없지 않다"고 전했다.
퇴직연금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홍보가 미진한 점 또한 기업들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퇴직연금제 도입을 유도하기 위한 법인세 손비인정 범위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외부 운용사를 감독할 금융감독원의 관련규정도 제대로 홍보되지 않아 기업들은 혼선을 빚고 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