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생산 8% 증가했다지만…반도체.휴대폰 빼면 생산증가율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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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중 산업 생산이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8.0%)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반도체와 휴대폰 등 정보기술(IT) 업종을 제외하면 증가율이 거의 제로(0) 수준으로 떨어져 국내 경제가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설비 투자도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증가폭이 미미했고 소비재 판매도 기대보다 크게 늘어나지 않는 등 내수 지표들의 움직임이 굼떴다.
본격적인 경기 회복세를 점치기에는 이래저래 미흡한 실정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IT 편중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 중 전체 산업생산 증가율(전년동월 대비)은 8.0%에 달했다.
지난 1월(14.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반도체를 빼면 증가율이 1.6%로 떨어지고 여기에 휴대폰 평면TV 등 영상·음향·통신기기까지 제외하면 0.3%로 곤두박질 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IT 업종이 전체 생산 증가율의 90% 이상을 담당한 셈이다.
이 같은 'IT업종 편중 현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심화되고 있다.
반도체 및 영상·음향·통신 제품을 제외한 생산 증가율과 전체 산업생산 증가율 간 격차는 지난 2분기 2.0%포인트에서 △7월 4.0%포인트 △8월 5.7%포인트 △9월 7.1%포인트 △10월 7.7%포인트 등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만큼 IT 업종 의존도가 높아진 것이다.
각 업종별로 떼어 놓고 보면 이런 편중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반도체 휴대폰 등 95개 품목으로 구성된 ICT(정보통신기술) 지수는 10월 중 24.8%(전년동월 대비) 높아졌다.
작년 6월(33.7%) 이후 1년4개월 만의 가장 큰 상승폭이다.
반면 IT 업종을 제외한 제조업 생산은 3분의 1 수준인 8.2% 증가에 그쳤고 경공업은 지난 2월 이후 9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김광섭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전체 생산에서 IT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며 "반도체 등 IT 업종 경기에 따라 국가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지근한 내수 경기
소비와 투자 심리를 재는 지표들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진 못했다.
10월 중 소비재 판매는 전년동월 대비 3.4% 늘어나며 전달(1.1% 증가)에 비해 증가폭이 커졌지만 비교 대상인 지난해 10월의 성적(1.3% 감소)이 부진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덥지 않은 수치다.
업종별 양극화 현상도 여전했다.
백화점 매출은 점포수가 작년에 비해 5개 줄었는 데도 2.4% 증가했고 대형 할인점 매출은 10.2% 늘어났다.
반면 재래시장 등 '기타 소매점' 매출은 두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설비 투자는 전자기기와 컴퓨터 등의 투자에 힘입어 석 달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그러나 증가폭(1.7%)이 크지 않은 데다 향후 설비투자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기계 수주'도 0.9% 늘어나는 데 그쳐 당분간 투자 심리가 크게 살아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28.5% 늘어났던 건설 수주액도 10월에는 34.8% 감소했다.
재정 조기집행의 영향으로 공공부문 발주가 58.7% 줄어든 것이 주 원인으로 지목됐다.
갈수록 해외에 공장을 짓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도 국내 투자를 살리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통계청 관계자는 "자동차는 연간 360만대 정도 생산되는데 이 중 70만대가량이 해외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며 "이 같은 해외투자 러시는 국내 설비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