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가 30일 공개한 '공공기관 지배구조 혁신방안'의 핵심은 공공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방만경영'과 '도덕적 해이'로 요약되는 공기업병이 근본적으로 체계적인 관리감독 시스템의 부재에서 온다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정부의 예산지원을 받으면서도 경영감독권에서 벗어나 있던 사각지대를 없애고 각부처로 관리감독권이 나뉘어 있던 공기업의 경우 임원임면 경영평가 등의 관리감독권을 기획처로 일원화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기존 '공기업의 경영구조 개선 및 민영화에 관한 법률(이하 민영화법)'의 적용을 받던 가스공사 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국가 공기업으로 재분류되는 등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를 사실상 중단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민영화 중단되나 정부는 공공기관 범주를 재편함에 따라 기존 정부투자기관법과 정부산하기관법을 폐지하고 가칭 공기업관리법과 준(準)정부기관관리법을 신설하기로 했다. 그동안 민영화법을 적용받던 가스공사 등은 공기업관리법을 적용받는다.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를 사실상 중단했다는 분석이다. 변양균 기획처 장관은 이에 대해 "민영화할 기업은 대부분 민영화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창호 기획처 공공혁신본부장도 "당분간 민영화 계획은 없다"며 "현 단계에서 민영화를 추진한다면 독점 폐해나 공공 서비스 수준 저하가 뒤따를 수 있고 민영화 대상 기준이나 타당성에 대한 여론 수렴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대 행정대학원 최종원 교수는 "혁신 방안에 기존 공공기관 통폐합과 민영화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빠져 있다"며 "국민경제적 견지에서 존속시킬 필요성이 적은 공공기관 통폐합과 공기업 형태로 유지할 필요가 낮은 공기업 민영화 논의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획예산처 권한 강화 이번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편의 또 다른 핵심은 공공기관 관리에 대한 기획처의 역할 확대다. 1단계로 국가 공기업으로 분류된 27개 공기업의 모든 경영 감독과 경영진 인사를 기획처가 주관하는 '국가공기업운영위원회'가 담당하게 된다. 기획처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공기업운영위는 정부위원과 민간위원으로 구성된다. 공기업운영위는 공기업 사장 제청과 이사·감사의 임면,비상임이사·감사 등 임원 평가,경영목표 설정 등을 맡는다. 준정부기관을 관리하는 운영위원회 역시 기획처 장관이 위원장이다. 하지만 이들 운영위가 궁극적으로 312개 공공기관의 경영 감독을 맡을 경우 과연 관리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방만 경영 뿌리 뽑힐까 기획처는 지배구조 혁신 방안이 1년 가깝게 준비해온 '야심작'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지배구조 혁신을 기존 정부투자기관법 정부산하기관법 민영화법을 적용받는 97개 기관에 대해서만 우선 추진하기로 하면서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적이다. KBS EBS 한국은행 기업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금감원 등 금융 및 금융감독기관,언론기관 등이 공공기관에 포함되긴 했지만 지배구조 혁신 및 경영평가 대상에서는 빠졌다. 또 낙하산 인사를 차단하겠다는 복안에 대해서도 기관장을 공기업운영위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데 대해 오히려 주무부처 대신 정치권의 입김이 세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