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노사간 협상이 결렬된 30일 한국노총이 곧바로 정부 여당에 수정안을 제시,입법화 가능성이 다소 높아졌다. 한국노총은 이날 기간제 근로를 사용사유 제한 없이 최장 2년간 허용하되 기간 초과시에는 무기근로 계약으로 간주하는 내용을 담은 비정규직 최종안을 제시했다. 이는 당초 민주노총과 함께 요구했던 노동계안에서 대폭 후퇴한 것으로 정부 여당이 국회에서 비정규직 입법을 추진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을 넓혀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노동부 관계자는 "한국노총이 민주노총과의 공조 체제를 깨고 수정안을 제시한 것은 열린우리당과의 교감 아래 만들어진 것 같다"며 "이번 수정안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계류 중인 정부의 비정규직 법안에 상당 부분 반영되는 형태로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파견 허용 기간 최장 2년 한국노총은 핵심 쟁점인 기간제 근로와 관련,사용사유 제한 없이 최장 2년간 허용하고 기간 초과시에는 무기근로계약으로 간주하는 안을 제시했다. 당초 노동계는 질병,출산 등에 한해 기간제 근로자를 쓸 수 있도록 사용사유 제한을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또 파견 허용 기간을 최장 2년으로 하되 불법파견이 적발되면 해당 사업장에 대해 기존 파견근로자를 모두 정규직 근로자로 고용하도록 했다. 파견 사용 기간(최장 2년)도 현행대로 유지하되 현재 26종인 파견 허용 업무는 추후 노·사·정 협의를 통해 범위를 조정하도록 했다. 불법파견의 경우 제조업 직접 생산공정도 불법파견 절대금지 업무 대상에 포함시키되 당초 노동계가 주장했던 고용의제에서 고용의무로 한 발 물러섰다. 고용의무는 같은 업무를 일정 기간 이상 수행한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규정한 것으로 장기간 일한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간주하는 고용의제에 비해 사용자의 고용 부담이 적다. 이와 함께 동등·유사한 기술,작업수행능력에 대해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같은 수준의 처우를 하도록 했다. ◆민주노총은 수정안에 반대 한국노총의 수정안은 정부 여당에는 큰 원군이나 다름없다. 비록 민주노총이 수정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지만 야당의 반대를 막을 수 있는 명분을 축적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열린우리당은 비정규직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에 반드시 통과시켜 장기간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확고한 입장이다. 열린우리당은 노동계의 한 축인 한국노총의 수정안을 수용하면서 법안 강행처리의 명분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한국노총의 양보안은 기간제에 대한 사유제한을 포기하는 등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이 한국노총의 최종안에 비판 성명을 내고 경영계도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어 비정규직 법안 입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한국노총은 노사 교섭이 최종 결렬된 상황에서 기간제 사용사유 제한 등을 명시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안에도 못 미치는 최종안을 제시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최종안 제시로 한국노총과의 공조는 파기됐다"며 "1일부터 140개 사업장,6만여명의 조합원이 비정규직 보호 입법 쟁취를 위한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1일부터 2일까지 지역별로 총파업 집회를 가질 계획이다. 3일은 지역별 문화제,4일은 서울 광화문에서 농민단체와 연대해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자체 집계한 바로는 총파업 참여 인원이 1만7000여명,많아야 2만여명에 불과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총파업 여파가 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기설 노동전문·양준영·이관우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