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우리경제는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민간 소비와 설비투자가 점차 회복돼 경기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김재천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세계 경제의 성장세에 힘입어 경쟁력 있는 품목의 수출이 꾸준히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소비 및 투자심리 개선으로 한국 경제는 완만한 U자형 회복세를 보이면서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5%에 달할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치를 내놓았다.


삼성연,한경연,LG연 등 민간 연구기관들도 내년에 4% 후반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내수 회복세가 기술적 반등에 그치고 불확실성 증가로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될 경우 큰 폭의 경기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특히 8·31 부동산 대책의 입법화로 고가 주택 소유자들의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 경우 부동산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5% 성장 가능할까


내년 경제 전망의 최대 관심사는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까지 회복할지 여부다.


정부가 내년 예산을 세울 때도 경제 성장 5%를 기준으로 삼았다.


경제성장이 5%를 밑돌면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고용 악화로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5%대의 잠재성장률을 이뤄내면 우리 경제는 어느 정도 선순환궤도에 들어설 수 있다.


연구기관들은 올해는 수출이 한국경제의 버팀목이 됐다면 내년에는 투자와 소비회복에 힘입어 본격적인 경기 회복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KDI는 내년 설비투자가 올해에 비해 8.5%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연,LG연,한경연 등 대부분의 민간 연구기관도 기업들의 투자심리 회복에 힘입어 6% 이상의 설비투자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와 내수가 회복되는 가운데 전자 및 IT(정보기술) 등 주력 산업의 수출이 호조를 보일 경우 경제 주체들이 자신감을 갖게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불확실한 변수들


금융부문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채권시장에서는 정책금리 인상 등으로 금리상승세가 예상되고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약세로 인한 원화강세가 전망된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빚 많은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이 불어나 경기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회복 기대감 확산과 채권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내년 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며 "다만 경기회복세가 완만하고 금리인상에 따른 우려감 때문에 시장금리가 연평균 1%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원화 강세로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채산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


환율 급변동은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여 결과적으로 기업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주가도 유동성 장세가 이어져 상승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물경기 호전이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큰 폭의 지수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북·미 간 이견차로 북핵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못하면 국가 리스크가 증폭돼 한국경제가 정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성장을 위한 정책 노력을


전문가들은 분배에 무게를 두고 정책을 펴 온 정부가 성장 중심으로 재정을 집행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국내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민간 경제의 자생력을 회복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경제현안 보고서를 통해 △신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 세액공제 제도 확대 △경제정책에 정치 논리 배제 △법인세 인상 억제 등을 통한 투자여건 개선이 이뤄져야 내년 경기가 회복세를 탈 수 있을 것으로 지적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