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의 동영상 및 메신저 프로그램 '끼워팔기' 사건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최종 판단이 또 미뤄졌다. 공정위는 30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MS에 대한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었지만 시정조치와 관련해 기술적으로 확인할 사항이 있어 12월7일로 최종 결정을 유보한다고 밝혔다. 2001년 9월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신고로 촉발된 MS사건의 처리 기간이 50개월을 넘기게 된 셈이다. 당초 공정위는 지난 9월께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가 10월,11월로 최종 결정 시기를 계속 늦춰왔다. 거듭된 지연은 제재가 결정된 이후 빚어질 법정 공방에 대비해 MS측에 되도록 많은 변론 기회를 주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공정위는 이번 결정이 앞으로 '기술융합'과 관련해 제기될 여러 사건을 해결하는 데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컴퓨터 운용체제(OS)에 메신저와 미디어플레이어 등을 함께 파는 행위가 소비자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융합인지 아니면 소비자의 후생을 저해하는 불공정거래인지를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 전원회의의 의사결정이 '만장일치'로 이뤄지는 것도 시간을 끌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IT업계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사건 이외의 요인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측의 압박으로 결론을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난 달 2일에는 미국 법무부 관계자들이 공정위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상대가 거대 외국업체라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조사 기간이 너무 길다"며 "국내 기업의 사건을 처리할 때도 이 정도로 신중했는지 따져볼 일"이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MS '끼워팔기'건은 단일 사건으로는 가장 많은 11차례의 전원회의를 거쳤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사건 자체를 벗어난 어떤 요인도 결정에 영향을 미치진 못한다"고 반박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