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의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현대모비스.


올해 증시에서 가장 관심을 끈 종목 중 하나다.


올초 주가가 5만원대에서 거의 두 배 가까이 올랐다는 이유만은 아니다.


부품업체라는 특성이 변화한 점이 주목거리다.


부품업체는 완성차 업체의 실적에 따라 부침이 있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부품업체의 특성이 한계가 아니라 장점으로 작용했다.


현대차 기아차 등 완성차업체들이 환율하락과 내수침체로 고전했지만,현대모비스는 정반대였다.


부품을 공급하다보니 환율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받았고,내수침체로 신차가 덜 팔리면 애프터서비스용 제품이 잘 팔렸다.


올해 시장에 나타난 큰 특징을 꼽으라면 이 같은 부품주의 약진을 들 수 있다.


업종마다 특성이 있긴 하지만,전반적인 리레이팅(주가재평가)이 나타났다.


부품주는 사실 완성품업체에 비해 시장의 주목을 덜 받아왔다.


완성품업체들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중소형주의 재평가 바람을 타고 부품주의 주가 제자리 찾기가 활발해졌다.


△완성품업체와의 대형 거래로 안정적 이익을 내는 데다 △환율 등 외적 환경에 덜 민감하고 △부품주의 글로벌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글로벌화에 주목=일본 자동차부품 업체는 지난 85년 이후 5년간 시가총액이 2.7배 상승했다.


당시 도요타 등 완성차업체가 미국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완성차업체의 글로벌화에 따라 부품업체 역시 글로벌화된 것이 시장의 평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국내시장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재연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미 반도체나 LCD(액정표시장치)업체들의 글로벌화는 상당부분 진행되고 있다.


대만에 대한 수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부품업체는 GM 등이 한국시장에 부품조달을 늘리는 등 해외 완성차업체에 대한 직거래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 같은 글로벌화는 최근 주가상승에 따른 부담을 희석시키기에 충분하다.


부품주는 올 들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자동차부품주의 경우 시가총액이 11월 말 현재 3개월 전보다 71%가량 불어났다.


내년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한 PER(주가수익비율)도 73% 증가했다.


하지만 일본 자동차부품업체의 시가총액이 글로벌화 진전에 따라 2~3배 가량 커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가부담을 말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턴어라운드 시작=휴대폰부품주의 경우 올해 말부터 턴어라운드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분기에 영업이익 하락세가 둔화되기 시작했고,4분기에는 1년여 만에 플러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현대증권 권성률 연구위원은 "올 4분기에 작년과는 다른 강력한 수요가 발생했고 단가인하에 대한 내성이 강화되고 있다"며 "특히 북미시장에 대한 휴대폰 수출이 지난 6월 이후 오름세로 돌아섰고 유럽시장 역시 월 50%대의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며 향후 실적전망을 낙관했다.


이와 함께 내년 독일월드컵이나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 등 영상통화수가 늘어나면서 휴대폰에 대한 교체수요가 부품업체의 실적을 호전시킬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TFT-LCD 부품업체는 사상 최대 호황이 점쳐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7세대2' 라인을 당초 예상보다 2~3개월 이른 내년초에 가동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4만5000장의 생산능력을 구비하게 된다.


LG필립스LCD 역시 생산능력을 대폭 확충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LCD 부품업체들의 손길도 바빠질 수밖에 없다.


◆저평가주에 관심=같은 부품업체라도 만드는 제품이 모두 다르고,펀더멘털 역시 같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비교적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고 △글로벌화에 성공했으며 △시장점유율이 높은 종목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중에서도 실적 대비 저평가된 종목을 골라내야 한다고 말한다.


또 반도체나 LCD 부품업체는 반도체와 LCD가 경기에 민감한 산업이라는 점을 고려해 경기가 바닥을 찍고 있는 지금 투자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국내에서 아직은 찾기 어렵지만 해외 기업 중에선 완성차업체와 가격협상에서 주도권을 쥐는 부품업체가 상당수에 달한다"며 "장기투자자라면 국내 부품업체 중에서 이 같은 가능성을 갖고 있는 기업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