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시장님의 능력‥이재분 < KEDI 평생교육센터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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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분 < KEDI 평생교육센터소장 jblee@kedi.re.kr >
며칠 전 Y시장님으로부터 마라톤 완주의 기쁨을 담은 편지 한통을 받았다.
시장님은 영화 '말아톤'으로부터 받은 감동과 어린 시절 올림픽 마라톤 중계방송을 들으며 품었던 꿈을 이루기 위해 '춘천마라톤'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완주의 보람을 갖게 된 것은 시청의 동호인과 그들의 응원 덕분이라고 하는 내용이었다.
마라톤 참가에 앞서 동호인 가족들과 꾸준히 연습했다고는 할지라도,마(魔)의 구간 36km 지점에서 다리를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경험을 했고,만약 대기하고 있던 시청 식구들의 함성이 없었다면 마지막 골인지점까지 힘을 내 달릴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편지를 읽는 동안 어릴 적 감명 깊게 보았던 영화 '산타빅토리아의 비밀'에 나온 시장님 생각이 났다.
내가 지닌 편견에 의하면 시장님은 지역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보통사람에 비해 보다 품위있고,지적이며,권위적이다.
그러나 영화에 나온 시장님은 한마디로 어쩌다 시장이 된 볼품 없는 그런 사람이다.
2차대전 말기 퇴각하는 독일군은 이탈리아 마을 '산타빅토리아'에 잠시 주둔하면서 마을 주민들이 애써 만든 포도주를 찾기 위해 주민을 달래기도 하고 협박하기도 한다.
그러나 주민들은 평범한 동네 아저씨 같은 이 시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포도주를 독일군으로부터 따돌리는 데 성공한다.
행정이나 경영에는 문외한으로 보이는 어수룩한 시장이 신기하게도 마을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주민과 함께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올해 초 평생교육센터를 맡게 되었을 때 20여년 이상 연구에만 전념해 온 사람으로서 이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까 무척 고심했다.
행정이나 경영에 어두운 또 다른 '산타빅토리아'의 시장이 아닌가 한다.
Y시장님은 마라톤을 통해 '초반전보다 후반전이 더 중요하다'는 귀중한 교훈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리고 뒷다리가 뻣뻣해지고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한계상황에서 시민들의 응원으로 마지막 혼신을 다해 뛸 수 있었다고 자랑한다.
시장님의 마라톤 철학을 읊조리며,초심자로서 아무 탈 없이 지금까지 지탱해 올 수 있도록 큰 힘이 돼 준 동료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