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30일 마련한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편안은 내.외부의 경영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이에 따라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과정에서 국가공기업에 대한 관리책임이 기획예산처로 일원화돼 기획처의 영향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공공성격을 가진 언론기관이나 금융기관은 새로운 지배구조를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판단 아래 이번 중점 혁신대상에서는 빠진데다 나머지 중소규모 공공기관들에 대한 관리감독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내.외부 지배구조 큰 변화 정부는 그동안 방만한 경영과 설립목적에 위배되는 사업 등 여론의 지적을 감안, 새로 공공기관을 설립할 때는 목적과 정책목표 등에 부합하도록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방침이다. 또 3년마다 기관특성을 점검, 재분류하고 각 유형의 표준지배구조를 적용할 계획이다. 5년단위의 중장기 전략목표 관리제와 성과계약제도를 도입하고 경영평가를 통해 이행실적을 검검하며 평가결과에 따라 기관장 인사, 직원 인센티브가 철저하게 연계된다. 한편 경영자율성을 저해하는 정부의 사전규제를 최소화하고 주무부처의 포괄적 감독규정도 열거식 제한적 감독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내부적으로는 공기업 사장에게 조직과 인사, 예산 등 경영자율성을 주고 성과에 따른 책임성은 대폭 강화하게 된다. 이사회의 독립성도 강화, 실질적인 경영진 견제와 감시를 할 수 있게 했다. 시장형 공기업은 이사회내에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고 감사의 자격요건도 강화하며 외부전문가도 감사팀장급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기획예산처 영향력 강화 이번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편으로 기획예산처의 공공기관에 대한 영향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공공기관 중에서 비교적 덩치가 큰 27개 국가 공기업의 모든 경영감독과 경영진 인사를 기획예산처가 주관하는 `국가공기업운영위원회'에서 담당하게 됐기 때문이다. 공기업운영위는 기획예산처 장관이 위원장이 되며 주무 부처와 평가, 감사, 인사.재정 등 분야의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기존의 정부투자기관운영위는 정부위원이 과반수를 차지한 반면 새 위원회는 민간위원을 절반 이상을 두게 돼 있다. 공기업운영위는 공기업 사장 제청과 이사.감사의 임면, 비상임이사.감사 등 임원평가, 경영목표의 설정 등을 주관한다. 또 경영공시제도를 운영하고 공기업의 신설이나 자회사 설치시 타당성 검증도 하게된다. 기관경영과 관련해 예산과 재무를 통제하며 주기적으로 정부규제가 적절한지도 판단, 정비하는 역할도 맡는다. 준정부기관을 관리하는 운영위원회 역시 기획처 장관이 위원장이다. 기존 정부산하기관운영위도 위원장이 기획처 장관이었지만 해당 위원회의 기능이 강화된만큼 기획처의 입김도 세졌다고 볼 수 있다. 준정부기관운영위는 경영공시제도를 운영하며 새 준정부기관 설립을 통제하고 기관경영과 관련된 운영지침을 제시하게 된다. ◇금융.언론기관은 경영평가 제외 KBS, EBS, 한국은행, 기업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금감원 등 금융 및 금융감독기관, 언론기관 등이 정부의 감독을 받는 공공기관으로 포함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우선 혁신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이에 따라 경영평가 대상에서도 빠졌다. 하지만 경영정보는 연말까지 기획처가 구축하는 포털 사이트에 공시해야 한다. 기획처는 금감원의 상장기업 공시제도 수준에 상당하는 수준까지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위로 공시하거나 공시하지 않을 경우 기관에 벌과금을 부과하고 담당 임원과 책임 실무자에 대해선 해당기관에 인사조치를 요구하며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하는 등 처벌조항을 신설, 공시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김용진 기획예산처 공공혁신기획팀장은 "관리를 받지 않던 이들 기관의 경영정보가 우선 공개되고 무엇보다 정부의 책임있는 관리를 받는 영역에 포함됐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기관들의 반발이 거세 기획처의 계획대로 최종안이 마련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김 팀장은 "한은은 독립성 문제가 있고 방송은 중립성 훼손의 우려가 있으며 그밖의 은행은 은행감독 시스템과 금융 자회사 문제 등이 얽혀 있다"면서 "기관별 특성에 맞는 지배구조 방안을 내년 중에 별도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기관들도 경영공시 외에는 특별한 관리감독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다. 기획처 관계자는 "그동안 문제가 돼온 공공기관들은 주로 덩치가 큰 공기업들이었다"면서 "이들에 대한 지배구조 혁신 성과에 따라 여타 공공기관들도 감독규정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