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중국 탄광의 부패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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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안전생산을 책임지는 리이중 국가안전생산감독총국장은 지난 28일 새벽 비행기편으로 북부 헤이룽장성의 무단장시로 날아갔다.
리 국장이 달려간 곳은 전날 저녁 폭발사고가 발생한 치타이허시의 탄광.중국언론에 따르면 이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현재까지 148명이고, 아직 갱안에 갇혀 있는 3명도 숨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리 국장의 가슴을 답답하게 한 건 이 탄광을 운영중인 룽메이그룹이 중국 3위의 국영 석탄기업이라는 사실에만 있지 않았을 듯 싶다.
국가안전생산감독총국이 치타이허시에서 세미나를 갖고 19곳의 탄광을 안전 이유로 폐쇄시킨 시 정부관계자를 치하했던 게 불과 3주 전 일이었다.
탄광지역인 치타이허시는 올들어 이미 2건의 탄광사고가 발생해 27명이 사망했다.
특히 지난 3월 18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고가 발생했던 탄광은 치타이허시 안전생산국 부국장의 소유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중국 언론은 끊이지 않는 탄광사고 원흉으로 '훙딩쾅주(紅頂鑛主)'를 지목하기 시작했다.
훙딩은 고위관리를 일컫는 말로 훙딩쾅주는 탄광 지분을 보유한 부패 공무원이나 국영기업 경영자를 비꼬는 중국언론의 신조어.지난 8월 123명이 수몰된 광둥성의 다싱탄광에도 훙딩쾅주의 비호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정부는 급기야 훙딩쾅주들은 지분을 일제히 철수하고 이를 어기면 직위를 박탈하겠다는 엄명을 내렸다.
국가안전생산감독총국에 따르면 헤이룽장 산시 등 20여개 지역에서 3200여명의 훙딩쾅주가 지분을 내놓았다.
하지만 옷을 벗더라도 지분은 못내놓겠다는 공무원까지 생겨났다.
산시성 선무현의 관리 3명은 지분을 유지하기 위해 면직됐다.
올들어 지난 18일까지 무려 2000여곳의 탄광을 폐쇄시킨 리 국장이 최근 한 회의에서 "가동중단 조치가 내려진 탄광이 밤에 몰래 문을 여는 현상이 있다"고 질타한 것도 탄광과 관리 간의 부패 고리와 무관치 않다.
중국당국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탄광사고로 6000명이 숨졌다.
'죽음의 맨홀'이 늘어나는 중국의 현실에서 부패만연이라는 고민을 읽게 된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